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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러軍, 도네츠크·흑해·쿠르스크 파상공세…젤렌스키 '승리계획' 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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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와 흑해‧쿠르스크 등 주요 전선 곳곳에서 공세를 강화하며 진격 중이다. 내년까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퇴각시키겠다며 국제 사회에 지지를 호소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승리 계획’에 암운이 드리웠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州)의 레바드네(러시아명 레바드노예) 마을을 재점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의 수장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러시아군은 계속 진전하고 있고, 적(우크라이나)은 인력과 장비를 크게 잃었다”면서 “자포리자주 전 지역이 곧 해방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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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주거 지역을 시 직원이 청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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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측 자포리자 주지사인 이반 페도르프는 자신의 텔레그램에 “지난 하루 동안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지역 13개 마을에 329건의 공격을 가해 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특히 레바드네 등 주요 지역에는 격렬한 드론 공격과 포격이 이어졌다. 다만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레바드네의 통제권 변경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레바드네는 최근 러시아군이 공세를 집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남서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초기 러시아군에 의해 점령됐다가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으로 탈환한 7개 마을 중 하나다.

이번에 러시아군이 재장악하면서, 레바드네의 통제권은 약 2년8개월만에 세차례 바뀌게 됐다.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레바드네를 해방하면서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서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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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한 건물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무너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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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곡물 수출항도 공습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최대 도시이자 곡물 수출항이 위치한 오데사에 대한 공습도 이어갔다. 이날 올레히 키페르 오데사 주지사는 이날 오데사항에 러시아군의 탄도 미사일이 떨어져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으며 벨리즈와 팔라우 선박 민간 선박 2척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오데사 동쪽 헤르손을 드론으로 공습해 차에 타고 있던 여성 2명이 사망했다고 내무부가 전했다. 올렉시 쿨레바 복구담당 부총리는 지난 10일 텔레그램을 통해 최근 3개월간 약 60건의 공격으로 300여 개의 항만 인프라와 22척의 민간 선박이 손상됐고 80명 넘게 숨지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WP는 러시아가 흑해 연안 항구 도시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곡물과 기타 식량 필수품 수출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흑해의 모든 항구를 봉쇄해 국제 식량 가격이 사상 최고치까지 오른 바 있다. 이후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 항구가 다시 열렸고, 러시아는 곡물 수송선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왔는데 2년만에 다시 흑해 항로 공격을 재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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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해군 잠수함 콜피노가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흑해 항구에서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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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에서도 우크라군 밀어내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2개월째 점령 중인 쿠르스크에서도 공격을 강화하며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최소 3개 마을을 탈환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전쟁 분석 기관 딥스테이트는 14일 “쿠르스크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우크라이나군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는 극히 어렵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텔레그램에 “러시아군이 닷새째 쿠르스크에서 우리의 방어선을 돌파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우리 군대는 버티고 반격하고 있다”면서 격렬한 전투가 진행 중이란 사실을 알렸다. 핀란드의 군사연구단체인 블랙버드그룹의 군사 분석가인 에밀 카스테헬미는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의 방어선은 그다지 잘 유지되지 않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겨울철 기상악화로 작전이 제한되기 전에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위해 공세를 강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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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진지를 향해 자주 추진식 122mm 다연장 로켓 발사기인 BM-21 'Grad'를 발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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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승리계획’ 물거품 될까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이 전장에 투입됐다고 이틀 연속 주장했다. 그는 이날 저녁 연설에서 해외·국방 정보기관으로부터 ‘북한의 실질적 전쟁 개입’을 포함한 가을·겨울 러시아군의 계획을 보고받았다며 “누가 러시아를 돕든 우크라이나 방어에 필요한 만큼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러시아와 북한 같은 정권의 동맹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무기 이전에 관한 문제가 아니며, 북한에서 점령군(러시아군)으로 인력 이동에 관한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가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종전 청사진을 담은 승리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년까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서 퇴각하게 할 종전 청사진을 담은 승리 계획을 마련했다며 미국 등 서방국가에 전폭적인 지원을 호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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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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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지역 점령지를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서 귀중한 카드로 사용해 러시아가 빼앗은 자국 땅과 교환하길 바랄 것”이라면서 “하지만 러시아가 전선에서 진격할 때마다 우크라이나가 가진 협상 카드의 가치는 추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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