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에 있는 한강 작가 자택 겸 작업실로 알려진 한옥 주택 앞에 축하 화환들이 놓여 있는 모습. 지나가던 시민들이 발길을 멈추고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김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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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4) 작가의 숨결이 닿은 장소를 따라 시민들의 ‘문학 성지순례’가 이어지면서 서울 종로구 서촌 일대가 들썩이고 있다. 서촌은 한강의 서울 자택과 그가 운영하는 책방이 위치한 동네다.
14일 오전에 찾은 한강의 집 겸 작업실로 알려진 한옥 주택 문이 굳게 잠겨 있었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대문 앞에 즐비했던 문학 관련 단체·재단의 축하 화환과 꽃다발들은 자취를 감춘 모습이었다. 앞서 주말이었던 지난 13일 이곳을 지나가던 관광객들은 한강 작가의 집이라는 말에 잠시 발걸음을 멈춰 도란도란 책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경기 분당에서 아내와 함께 서촌을 찾은 한재원(65)씨는 “평소 한강 작가의 팬이라 좋은 기운을 받으러 한강의 책방부터 집 앞까지 발자취를 따라와 봤다”며 “이왕 온 김에 윤동주 하숙터·이상의 집 등 서촌 곳곳 문학 관련 스폿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트를 나온 이모(28)씨도 “서촌에 자주 놀러 왔지만, 이번엔 감회가 새롭다”며 “옛 예술가들이 남긴 흔적들을 따라가 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독립서점 '책방오늘' 앞에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이 몰려든 모습. 김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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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강이 자택 인근 통의동에서 운영하는 독립서점 ‘책방오늘’은 휴업 상태였지만,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앞서 지난 11일 책방오늘은 수상 발표 후 몰려드는 손님과 취재진에 “당분간 책방을 쉬어간다”며 “다시 문 여는 날은 후에 공지하겠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임시 휴업 소식을 전했다. 일부 문학 팬들은 한강의 책을 들고 책방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책방 간판 아래서 기념 촬영을 하던 무악동 주민 김모(70대)씨 부부는 “문학계의 경사이며 한국의 경사”라고 감격했다.
책방 문 앞엔 시민들의 꽃다발들과 “아프고 서러운 시절을 지나온 이에게 위로이며 희망”이라는 이웃 주민의 쪽지와 “내 나이 70 평생 이렇게 설렌 날이 있었는지, 내 생애 이런 순간이 오다니 감사하고 용기에 박수 드린다”는 노인의 편지도 놓였다.
동네 상인들은 수상 소식에 기뻐하면서도 한강에 대한 목격담을 말하기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한강 자택 인근의 한 식당 사장은 “우리 집 음식이 소화가 잘 된다며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끼도 드시고 가셨다”며 “(지나가는 행인들이 혹시나 알아볼까봐) 창가 쪽엔 절대로 앉지 않았다”고 말했다. 근처의 한 카페 사장은 “평일에 (한강 작가님이) 자주 오셨지만, 그 이상은 노코멘트 하겠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누상동의 윤동주 하숙집 터. 김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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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시인 윤동주와 이상 등의 발자취가 담긴 장소에도 덩달아 활기가 돌았다. 서촌 한옥마을에는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터와 이상 시인의 집터, 박노수 화백의 미술관 등이 위치해 있다. 인왕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던 A씨(30대)는 누상동의 윤동주 하숙집터 앞에 잠깐 서서 초등학생 자녀들에게 시인을 소개하고, 한강 책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재영 종로구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문학·예술계 거장을 배출한 종로가 한강 작가의 수상 덕에 문화 중심지로 한 번 더 발돋움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종로구청은 통인시장 앞에 ‘630년 종로의 자랑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종로문화재단 관계자는 “한강 작가 수상을 기념해 구청과 관련 행사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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