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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사설] ‘스페이스X’의 충격적 진보를 보며 우리 미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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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일론 머스크의 우주 항공 기업 스페이스X가 역대 최대급 발사체를 발사한 뒤 우주에서 낙하하는 1단 로켓을 발사대로 원점 회귀시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71m 높이의 거대한 로켓을 발사대의 로봇 팔이 붙잡아 품에 안듯 안전하게 고정시키는 모습을 보며 경이와 함께 충격을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회사는 9년 전 첫선을 보인 로켓 재사용 기술로 6조원 규모 미국 발사체 시장을 80% 이상 장악했는데 또 하나의 혁신으로 우주 개발의 새 역사를 열었다. 인간이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생각하게 했고, 이 격렬한 미래 혁명의 와중에 우리의 위치는 어디인지를 어두운 마음으로 돌아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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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탐사에서 자원 개발, 관광에 이르기까지 우주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시대가 본격화되면 그 과실은 대부분 혁신 기술 보유국이 가져갈 것이다. 한국도 2030년대엔 재사용 발사체를 스페이스X의 절반 비용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과연 국내에 그런 기반이 있는지 묻게 된다. 스페이스X와의 격차는 생각할 수 있는 한계 밖으로 벌어지고 있다.

우주 분야뿐 아니다. 정부가 ‘3대 전략 기술’로 꼽은 양자·바이오·인공지능(AI)도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과기부 발표에 따르면 양자 분야 기술력은 세계 12위 수준이며, 합성생물학(7위), 유전자·세포 치료(9위), 감염병 백신·치료(11위) 등도 미국·중국 등에 크게 밀렸다. AI도 마찬가지다. 이런 평가마저 우리 스스로를 과대 평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에마저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인재 경쟁력의 퇴조다. ‘네이처 인덱스’의 올해 과학 연구 기관 순위에서 한국은 50위 안에 한 곳도 올리지 못했다. 중국 대학과 연구 기관은 상위 10위권에 7곳이 들어갔는데, 한국의 최고 순위는 서울대 59위다. 수재는 의대로 몰리고, 부족한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은 무서울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대학의 교육 혁신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유명 대학 상당수는 전기차 시대에 아직도 내연기관 위주로 가르치고 있다. 교수를 위한 전공 칸막이는 철옹성이다. 올해 서울대에서 의사과학자 과정 설치를 신청했지만 정부는 이유도 없이 무시했다. 초등생 의대반이 생기고 이공계 학부 대학원은 고사할 위기인 나라의 미래는 무언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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