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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한 “김여사 라인 존재해선 안돼” 용산 “대통령 라인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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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운데)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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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재·보궐선거 이후 열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만남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 라인’을 둘러싼 논쟁이 여권 내부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당정 관계의 분수령이 될 윤·한 회동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위한 싸움이 불붙은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14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10·16 재·보선 후 일정 조율을 거쳐 내주 초 빠른 시일 내에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은 두 사람의 만남을 ‘면담’으로 표현해 한 대표가 요구한 독대(獨對)와는 차이를 뒀다. “시기와 장소, 형식 등을 다 상의해야 한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야기다.

대통령실이 만남의 형식에 여지를 뒀다면 한 대표는 의제를 두고 용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 뒤 취재진과 만난 한 대표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가 김건희 여사 라인을 지목한 건가’란 질문에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런 라인은 존재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용산 “윤·한 만나야 문제해결 시작”

그간 ‘로키(Low-Key)’로 일관하던 대통령실도 한 대표의 이날 비판에는 곧장 반응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뭐가 잘못된 것이 있어서 인적 쇄신인가. 여사 라인이 어딨는가”라며 “공적 업무 외에 비선으로 운영하는 조직 같은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통령실의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다. 최종 인사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며 “유언비어 같은 얘기를 확대하고 휘둘리면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반응은 한 대표의 발언 중 대통령의 인사권을 겨냥한 표현에 대한 것으로 국한됐다. 큰 틀에서 한 대표 발언에 대한 무대응 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여권 내에선 대통령실의 무대응 기조는 16일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용산 책임론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돼 왔다. 여당 텃밭 격인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충돌해 당정 갈등이 일어나고, 선거에서 질 경우 그 책임론이 대통령실을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선 20%대 초반에 머무르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로키 대응의 이유로 거론된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 7~11일 성인 2009명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5.8%로 해당 조사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선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나 친한계도 ‘여사 라인’이 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국민 오해’ 등의 표현을 빌려 대통령실에 조치를 요구한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국민들은 ‘김 여사가 국정에 관여하는 것 아니냐’란 의혹을 갖고 있다”며 “여사 라인의 여부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국민 여론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쇄신 요구가 여당 대표로부터 나오고 이를 대통령이 수용하면 국민이 다시 신뢰와 희망을 가지실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는 공개 반발했다.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며 “이제까지 이런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없이 실패해 왔다”고 적었다. 이후 한 대표가 “권 의원 같은 분이야말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분인데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반박하자, 권 의원은 재차 글을 올려 “‘도곡동 7인회’ 같은 참모진이 모은 의견이 겨우 그 정도라면 인적 쇄신은 대표실이 우선”이라고 맞받았다. ‘도곡동 7인회’는 한 대표 측근 그룹을 지칭한 것으로, 김 여사 라인으로 지목된 이른바 ‘한남동 7인회’에 맞대응하는 취지의 표현이라고 한다.

여권에선 재·보선 직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재·보선 직후가 아니라 다음 주 초로 만남 일정을 잡았다는 것은 서로간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것 아니냐”며 “재·보선 결과에 따라 만남의 톤이나 형식이 윤곽을 잡을 것이다. 새로운 판이 시작되는 건 그때부터”라고 말했다.

제2부속실, 대통령 집무실과는 다른 층

한편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일정을 담당할 제2부속실 설치 공사에 착수했다. 제2부속실은 윤 대통령의 집무실과는 다른 층에 위치하게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청사가 비좁아 귀빈 접견실과 회의실 등이 위치한 층에 공간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며 “과거 청와대 제2부속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다”고 말했다. 제2부속실엔 김 여사의 집무실과 외빈 접견실, 제2부속실장에 내정된 장순칠 현 시민사회2비서관 등이 머물 장소가 마련된다. 제2부속실 출범 시기는 내달 1일 국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가 유력하다.

김기정·박태인·윤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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