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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앵커칼럼 오늘] 북한 다루기, 은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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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어로 그걸 뜻하는 단어가 있는데, 다른 말로 번역할 수가 없지."

늙은 핀란드 광부를 잘못 건드렸다가 혼쭐나는 독일군에게, 여성 포로가 '시수(Sisu)'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누가 강하냐를 겨루는 게 아니야. 누가 포기하지 않느냐를 겨루는 것이지."

'시수'는 핀란드가 자부하는 국민성입니다. 굳은 의지와 결단, 인내와 용기를 아우릅니다.

핀란드 사우나를 견뎌내는 외국인 인증서에도 등장합니다.

'80도 열기 속에서 뛰어난 시수를 보여준 분에게 이 증서를 드립니다.'

핀란드 대통령은 우리의 끈기, 내적 강인함이 시수와 닮았다고 했습니다.

"핀란드에 시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끈기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무인기에 평양 상공이 뚫린 북한이 거칠게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아픈 급소 두 곳을 찔렸기 때문이겠지요.

하나는, 김일성 이래 대대로 이어오는 공습 공포입니다.

미군이 아프간전쟁에서 처음 무인기 원격 공습에 나서면서 공포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걸 평양 상공 무인기가 실감나게 되살렸을 겁니다.

김정은 부녀가 치장한 명품 사진 전단은 더합니다.

'자기 배 불리기에 여념 없는 김정은' 이라는 글도 인쇄됐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내부에 보도해 알렸습니다. 주민을 선동하고 다잡는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자작극일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북한은 10여 년 전부터 우리 영공에 무인기를 적어도 열 번 넘게 띄웠습니다.

용산 비행 금지구역을 비롯한 수도권 상공을 다섯 시간 동안 헤집었습니다. 그래 놓고 평양 침투가 '국제법 위반 범죄' 랍니다.

정부와 군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호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응에 혼선을 일으키겠다는 뜻이 엿보입니다.

북한은 '끔찍한 참변' 운운할 게 아니라, 유치한 쓰레기 풍선부터 그만두는 게 현명합니다.

그렇다고 '전쟁은 자살' 이라고 북한을 맞받아치는 건, 술책에 말려드는 겁니다.

의연하게 대처하면서도 누가 강한지 겨루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은근과 끈기' 입니다.

10월 14일 앵커칼럼 오늘 '북한 다루기, 은근하게'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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