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소각 방침에 MBK '최소 매수 수량 삭제' 전략 주효
MBK측 주총 열어 이사회 장악 시도 전망…고려아연 "적절히 대응하겠다"
고려아연 CI·영풍 CI |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14일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영풍·MBK 연합이 최소 매입 물량으로 제시했던 목표치인 6.98%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흡한 성과"라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수 후 전량 소각 방침을 고려하면 영풍·MBK 연합이 확보한 지분이 의결권 과반에 다가서기 때문에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다만 어느 한쪽도 과반 지분 확보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지분 추가 매입 경쟁과 주주총회 표 대결 등 갈등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영풍·MBK "의미 있는 이정표" vs 고려아연 "목표 미달"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은 이날까지 고려아연 주식 최대 14.61% 확보를 목표로 진행한 공개매수에서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했다.
매수 종료 뒤 영풍·MBK 연합은 "오늘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고 자평하며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경영지배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도 입장문을 내고 "상대가 제시한 목표에는 미달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추후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기세를 굽히지 않았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하는 MBK파트너스 |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고려아연 주식 최소 매입 물량으로 6.98%를 제시했다가 지난 4일 두 번째로 매수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 최소 매수 수량 조건을 삭제했다.
이는 경영권 수성을 위해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 고려아연이 배임 등의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에 공개매수하는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겠다고 밝히면서 소각 뒤 남은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이를 두고 지분 6.98∼14.61%를 매수해 단번에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당초 계획에서 지분을 1%라도 더 확보해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장기 전략으로 전환했다는 해석이 시장에서 나왔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등 영풍·MBK 연합이 33.13%로, 최 회장 측 지분이 조금 더 많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보유한 의결권 없는 자사주 2.4%, 국민연금 지분 7.83%를 제외하면 유통 물량은 20% 수준이다.
◇ 고지 선점한 영풍·MBK. 임시주총 열어 이사회 장악 추진
이날 지분 5.34% 추가 확보로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은 기존 33.13%에서 38.47%로 늘어나게 된다.
오는 23일 이후 고려아연이 최대 17.5% 지분 확보를 위해 진행하는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가 끝나면 고려아연이 매입한 자사주는 모두 소각된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목표 물량을 모두 채웠다고 가정할 경우 자사주 소각 후 영풍·MBK 연합 지분은 48% 수준으로 높아진다.
영풍·MBK 연합은 최근 2년 동안 고려아연 주주총회 참석률 등을 고려할 때 40%대 중반의 의결권 지분을 갖고 있으면 표 대결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른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질문에 답하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
이 때문에 이날까지 동시에 진행한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 목표 물량(43.43%)은 물론 지분율 절반을 크게 밑돈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MBK 연합은 오는 23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확인하고, 이사회 장악을 위한 임시 주총 소집에 나설 계획이다.
고려아연 이사회의 이사 인원 제한이 없는 점을 노려 영풍·MBK 연합이 추천하는 이사를 이사회에 다수 진입시키는 방식으로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이 진행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성과를 낼 수 없도록 사법 리스크를 강조하는 등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 최윤범 회장측 "아직 과반 안내줘"…'백기사'에 자사주 매각 등 검토
최 회장 측은 이날 공식적으로는 영풍·MBK 연합 공개매수 결과에 대해 "당초 목표에 미달했다"며 평가 절하하면서도 추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3일 최 회장 측과 우군인 베인캐피털이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가 마감되면 최 회장 측 지분은 베인캐피털 확보 지분 2.5%를 추가한 38.7%로 상승할 수 있다.
기자회견 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최 회장 측은 최대 17.5% 지분 확보를 목표로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에 물량이 10% 안팎에 그치는 경우 이후 소각 물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 지분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경우 시중 유통 물량을 매입하는 방안과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으면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호 지분에 넘기는 방안 등을 통해 경영권 수성에 나서는 전략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일단 영풍·MBK 연합 측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어느 쪽도 완전한 승리를 선언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대항 공개매수 결과와 이후 주총 상황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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