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싫어"…징집 거부 우크라 청년 끌려가는 모습 포착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병력 부족 극심

"제발 놔달라" 소리쳤으나 끌려간 청년

징병 피하기 위해 외출 자제하기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청년이 군 징병관들에게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 [출처=X(엑스·옛 트위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며 병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일부 청년들이 군 징병관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징병관들이 지난 주말 수도 키이우의 레스토랑, 공연장, 쇼핑센터 등을 급습해 일부 남성들을 강제로 군에 데려갔다고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된 영상에 따르면 군 징병관들은 몇몇 청년들의 팔을 붙잡은 채 강제로 끌고 갔다. 이에 청년들은 "제발 놔달라"며 애원하고 발버둥을 치는 등 저항했으나, 결국 군 관계자들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이 장면을 촬영하던 시민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비교해 인구가 적은 우크라이나는 현재 극심한 병력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모든 25~60세 남성은 군에 자원입대할 수 있으며, 18~60세 남성은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특히 지난 4월 징집 대상 연령을 현행 27세에서 25세로 낮추는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처벌도 강화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청년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입대를 거부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사상자의 수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약 65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공식적인 자료를 공개한 바 없지만, 전문가들은 사상자 수가 러시아의 3분의 1 혹은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벨라루스 프로축구팀 '슬라비야 모지르'에 입단한 우크라이나 축구선수 데니스 셸리호우 [출처=슬라비야 모지르 공식 인스타그램]

이에 일부 우크라이나 청년들은 징병을 피하기 위해 외출조차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식당, 마트, 공원 등에도 방문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BBC는 "청년들이 군 징병관의 눈을 피하고자 택시로 이동하고, 대부분 배달 음식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일부 남성들은 동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우크라이나를 빠져나가는 시도를 감행한다. 지난 9월 러시아 현지 매체 스포르트 엑스프레스는 우크라이나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데니스 셸리호우(35)가 벨라루스 프로축구팀 '슬라비야 모지르'에 입단했다고 알린 바 있다. 셸리호우는 병역을 피하기 위해 약 두 달간 오리발을 신고 수영을 연습했고, 끝내 우크라이나·루마니아 접경지대에 위치한 '죽음의 강' 티사강을 몰래 헤엄쳐 건넌 것으로 알려졌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