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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검찰과 법무부

[단독]내규 비공개하고 법제처에도 제출 안 한 행정기관 1위는 ‘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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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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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많은 비공개 내부규정을 외부 기관의 검토도 받지 않고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규를 공개하지 않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을 뿐 아니라 비공개 결정이 합당한지를 따져보는 절차도 밟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정한 규정이 합당한지, 해당 규정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없도록 차단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제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기준 모든 정부 부처의 비공개 내규는 총 209개다. 대통령령인 ‘법제업무 운영규정’에 따르면 법제처장이 비공개 행정규칙 제출을 요구하면 각 부처는 이에 응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어 부처들이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비공개 내규 209개 가운데 76개가 법제처에 제출되지 않았다. 대검찰청이 제출을 거부한 내규가 39개(51.3%)로 절반을 넘었다.

검찰이 수행하는 업무가 시민들의 권리와 맞닿아 있는 만큼 검찰 내규가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하지만 내규가 상위법 취지와 배치되지 않는지, 비공개 결정은 적절한지 등을 따지기 위해 법제처가 법령에 근거해 제출을 요구했음에도 따르지 않는 행태는 올해도 계속됐다.

올해 대검이 법제처에 제출하지 않은 비공개 내규 중엔 ‘성폭력 사건 처리 및 피해자 보호 지원에 관한 지침’이 포함됐다. 이 지침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수사 원칙이 무엇인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정작 피해자들은 그 내용을 알 수 없어 수사 과정에서 절차가 지켜지는지를 알 방법이 없다. 각급 검찰청장이 개별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하는 기준과 절차를 담은 ‘사건배당지침’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자의적으로 사건을 배당하는지 외부 감시가 불가능해 전관예우, 상명하복 문화 등 검찰 내 고질적 문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대검은 올해도 법제처의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이 비공개 내규를 제출하지 않는 관행에 대한 비판은 수년째 반복됐다. 지난해엔 검찰이 대검 예규인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을 법제처에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대선 당시 경향신문을 비롯한 다수 언론의 ‘윤석열 대통령 후보 검증보도’가 윤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강제수사를 벌이며 해당 지침을 근거로 내세우면서도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올해 초 해당 규칙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7월 검찰이 규칙을 공개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항소한 상태다.

이를 두고 검찰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의원은 “검찰이 ‘성폭력·아동학대 사건 처리와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지침’이나 ‘인권 침해 사건 조사 및 처리 등에 관한 지침’ 등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국민의 인권과 직결된 지침은 즉시 공개하고 이에 맞게 업무를 처리하는지 국회와 언론이 철저히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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