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신원식 안보실장 "北 정권 위협, 내부 통제 목적"…남남갈등 조장 유발 목적도, 무인기 주체는 확인 안 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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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평양에 한국의 무인기가 침투해 대북(對北) 전단을 살포했다는 주장을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한국을 향한 적개심 고취에 나섰다. 수도 평양 방공망이 뚫린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주민들에게 한국을 원수로 각인시키고 '적대적 두 국가'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체제 위협에 따른 내부 통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면에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으로 화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수천만 우리 인민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무자비한 보복 열기로 피끓이며 노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주민들의 이름을 빌려 '괴뢰 한국 쓰레기들' '쥐X끼' '미친 X무리' '철천지 원쑤(원수)' '칼탕쳐 X이겠다' '너절한 몸뚱이를 죽탕쳐 폐갱 속에 X넣겠다' 등의 막말을 그대로 보도했다. '망나니들은 씨종자도 남김없이 쓸어 버려야 한다' '뼈속(뼛속)까지 악의에 쩌든 괴뢰 X들은 그 더러운 시체 쪼각(조각)마저 남겨두면 안 된다' '하루빨리 적들의 아성을 불바다로 만들고 싶다'는 호전적 발언도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외무성은 "모든 공격 수단들은 임의의 시각에 즉시 자기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된다"라고 밝혀 전군이 '전시 태세'에 돌입했음을 시사했다. /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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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신문 1면에는 김여정이 '한국 군부는 중대 주권침해 도발의 주범 또는 공범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도 함께 배치됐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우리 수도의 상공에서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한번 발견되는 그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연일 주민들에게까지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려는 것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적대적 두 국가' 지시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을 불변의 주적이라고 인식시켜야 김일성·김정일의 남북통일 주장을 김 총비서가 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월 북한 헌법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의 표현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북 소식통은 "통미봉남(미국과 소통하고 남한을 봉쇄) 전략을 유지해 오던 북한이 최근 김정은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남한을 직접 비난하는 상황은 내부 결속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의미"라면서 "우리 정부를 윽박질러 남남갈등을 유발시켜 우리 군의 대북방송이나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 등을 그만두게 만들려는 목적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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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여정 "용산에 삐라 뿌리면 어떨지"…軍, 풍선에 안전위해물질 넣거나 무인기 침투 도발 등 대비 강화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상공에서 북한의 대남 쓰레기풍선이 떠다니고 있다. /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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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상공에 정치선동 전단 등을 뿌릴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무인기나 쓰레기풍선을 활용한 새로운 도발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리 군은 북한의 무인기 침투는 물론 쓰레기풍선의 무기화, 풍선 적재물 변경 등을 통한 도발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북한의 무인기 침투를 비롯해 다양한 도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감시·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만일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군은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합동참모본부는 현재 북한의 무인기 침투 가능성을 중점 대비하고 있다. 또 북한이 쓰레기풍선에 안전 위해물질을 넣거나 원격으로 풍선 적재물을 터뜨리는 '고의적 도발'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대응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쓰레기풍선은 발열 타이머가 장착돼 일정 시간이 지나면 터지도록 설계됐다. 일부 쓰레기풍선에선 GPS가 발견됐다. 다만 방향 전환 장치 등은 존재하지 않아 풍향과 같은 기상 여건에 따라 쓰레기풍선 낙하지점이 매번 달라졌다.
지난달 19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한 주택 마당에서 발견된 쓰레기풍선 잔해. / 사진=뉴스1 |
하지만 북한이 새로운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다양한 위협이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북한이 풍선에 원격 기폭 장치를 장착시켜 적재물 살포 시점과 지점을 고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사실상 쓰레기풍선을 무기화하는 셈이다. 풍선 적재물에 안전 위해물질 등이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여정의 발언은 지난 11일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에 3차례 침투해 삐라를 살포했다'는 북한 외무성의 중대성명을 반박한 우리 군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당시 합참은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민간단체 등이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은 확인해 봐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한 바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체제의 위협이 커지면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며 "김여정이 '한국 무인기가 다시 침투한다면'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도발을 시사하긴 했지만 관련 발언은 우리 국민들에게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고 남남갈등을 유발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원도 삼척 인근 야산지역에서 북한의 무인기로 추정되는 기체가 2014년 발견된 모습. /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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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김여정 적반하장…국민 안전 위협땐 북한 정권 종말"
국방부는 이날 '북한 김여정 담화 관련 국방부 입장'을 내고 "김여정의 담화는 끊임없이 도발을 자행하고 최근에는 저급하고 치졸한 오물·쓰레기 풍선 부양을 해 온 북한이 반성은커녕 우리 국민까지 겁박하려는 적반하장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도발행위'라는 표현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였으나 정작 북한은 지금까지 이미 10여회 우리 영공을 침범한 바 있다"며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포함한 거듭되는 실정을 만회하기 위해 오물·쓰레기 풍선을 살포해 놓고 마치 우리 민간단체 대북풍선 부양에 원인이 있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 외에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북한 정권으로서 이번 담화는 남남갈등을 조장해 국면을 전환해 보려는 전형적인 꼼수"라면서 "소위 '평양 무인기 삐라 살포'의 주체도 확인하지 못한 북한이 평양 상공이 뚫린 것을 두고 '끔찍한 참변', '공격태세'를 운운하는 것은 독재정권이 느끼는 불안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방부가 13일 "만약 북한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1호 열병차량에 탑승해 사열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원통형 발사대가 장착된 장비가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5. 현무-5는 탄두 중량만 8t에 달해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할 수 있다. /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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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특히 노동신문에까지 이 사실을 공개하며 '인민들의 보복 열기' 등을 언급한 것은 김정은 일가의 거짓 독재정권에 지쳐있는 북한 주민들의 적개심이라도 이용해 보려는 노림수에 불과하다"며 "북한 당국은 주체도 알 수 없는 '무인기 삐라' 하나 떨어진 것에 놀라 기겁하지 말고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오물·쓰레기 풍선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 장본인은 북한 정권"이라며 "만약 북한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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