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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코레일 ‘장애인 승하차 도우미 서비스’ 제멋대로…휠체어 이용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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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레일의 ‘장애인 승하차 도우미 서비스’ 설명 페이지. 코레일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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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안나씨(32)와 고씨 어머니는 지난달 서울역에서 당혹감에 휩싸였다. 소아마비가 있는 고씨 어머니는 KTX를 탈 때마다 ‘교통약자 승하차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했다. 매번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이 고씨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택시 승강장까지 이동시켜 주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직원은 역사 외부와 연결된 엘리베이터 앞에서 휠체어를 멈추고 고씨 어머니를 내리라고 했다. “택시 승강장까지는 어떻게 가야 하냐”는 고씨의 항의에 코레일은 “원래 택시 승강장까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이전까지는 직원 개인의 호의였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경향신문이 13일 윤종오 진보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코레일의 ‘장애인 승하차 도우미 업무 매뉴얼’에는 “고객을 하차 위치부터 ‘나가는 곳’까지 안내하거나 보호자에게 안내한다”라고 돼 있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인원이 부족해 ‘택시 승차장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은 지난 8월 삭제됐다”고 경향신문에 설명했다.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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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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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코레일이 교통약자 배려 서비스는 매뉴얼의 구체성이 떨어져 빈틈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장에서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즉석에서 해결을 요구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매뉴얼 개정과 제도 개선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지체장애인 조봉현씨(66)는 2년 전 무궁화호의 휠체어석 표를 끊었으나, 승무원들이 승차 준비를 미리 하지 않아 객차에 오르지 못했다. 조씨는 코레일이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연 회의에 참여해 “휠체어 이용객이 먼저 승하차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매뉴얼에 반영하라는 요구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김필순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조직실장은 “(휠체어 이용객들은) 늘 역사에 15~20분 정도 미리 도착해달라는 안내를 받지만 대부분 가장 늦게 승차한다”며 “하차 시 ‘먼저 하차하겠냐’고 묻는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자주 있다”고 했다.

교통약자들이 승하차 서비스 종료 지점 확대나 휠체어 우선 하차를 요구하는 것은 다음 교통수단과의 연계 때문이다. 열차에서 지하철, 지하철에서 택시 등 교통수단을 옮기는 경로의 이동은 온전히 휠체어 이동자의 몫이다. 따라서 교통약자 이동권의 빈틈을 최소화하려면 이 간극을 좁혀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애인콜택시(장콜)다. 일부 기관은 차량 도착 후 10분 이내 승차하지 않으면 배차를 취소하고, 이후 1시간 동안 택시 호출을 막기도 한다. 10분 이내 승차를 못해 3번 이상 배차가 취소되면 2주간 장콜 이용을 금지하는 기관이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기도 했다. 조씨는 “열차 하차 후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한 경우 최대한 빨리 승차하러 이동해야 한다”며 “열차 하차 이후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일정이 완전히 꼬여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고씨는 “장애인은 교통수단간 연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택시 승차장 등 대중교통 수단까지는 서비스가 제공돼야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매뉴얼이 유명무실해지지 않으려면 충분한 교육과 함께 강제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은 “교육을 통해 균등하게 매뉴얼상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미국은 항공사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장애인법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대응하려면 현재로선 인권위 진정이 최선”이라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제 제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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