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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이커머스 업체들도 가세… K뷰티 시장 ‘형형색색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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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업계 더 뜨거워진 영역다툼

컬리, 첫 오프라인 뷰티 이벤트 성황

신선식품 이후 미래 성장 동력 육성

“믿고 사는 뷰티 전문 플랫폼 만들 것”

무신사·쿠팡도 대면행사 잇단 개최

‘업계 절대강자’ 올리브영에 도전장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 들어서자 컬리의 상징색인 보랏빛 런웨이가 펼쳐졌다. 컬리의 첫 뷰티 오프라인 행사인 ‘컬리뷰티페스타 2024’를 방문한 고객들은 줄지어 이 런웨이를 걸어 90여개의 뷰티 브랜드가 들어선 행사장에 입장했다.

이날 행사는 오픈 1시간 만에 2000명이 몰리는 등 고객들의 ‘오픈런’이 이어졌다. 국내 신진·인디 K뷰티 브랜드로 구성된 ‘이노베이션관’ 티켓이 3만원, 여기에 럭셔리 브랜드가 모인 ‘프레스티지관’까지 볼 수 있는 통합 티켓이 5만원에 사전 판매됐는데,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전량 매진됐다. 컬리 측은 13일까지 열린 행사 동안 약 2만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개막한 ‘컬리뷰티페스타 2024’를 방문한 고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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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가 이처럼 대규모 오프라인 뷰티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은 2022년 11월 뷰티컬리 브랜드 출시 이후 처음이다. 뷰티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본격 육성하겠다는 대내외 선언으로 읽힌다.

컬리는 신선식품 이후 두 번째 전문몰 카테고리로 뷰티를 선택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신선식품을 무기로 고객을 모은 만큼 컬리의 고객층은 다른 경쟁업체보다 연령대가 높다. 구매력이 높은 30∼40대 비중이 전체 고객의 70∼80% 달해 백화점 1층 매장에서 볼 수 있는 고급 뷰티 브랜드를 모으는 데 집중했다. 이번 오프라인 행사에서도 ‘처음 만나는 럭셔리’를 주제로 삼고 랑콤, 에스티로더, 설화수, 시슬리, 바비브라운 등 타사 뷰티 행사에서 만나기 어려운 럭셔리 브랜드들을 대거 참여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실제 지난 2년간의 뷰티컬리 실적은 준수한 편이다. 출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뷰티컬리의 누적 거래액은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주문 건수는 1100만건, 누적 주문 고객 수는 850만명을 각각 넘었다. 컬리 전체 매출에서 뷰티컬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이지만 올해 상반기 거래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약 30%로 껑충 뛰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재훈 컬리 최고커머스책임자는 “가장 혁신적인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뷰티 축제로 행사를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뷰티컬리를 믿고 사는 뷰티 전문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이 ‘절대강자’로 버티고 있는 뷰티 산업에 컬리와 패션플랫폼 무신사 등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K뷰티를 둘러싼 유통업체들의 영역다툼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 이커머스(전자상거래)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잇달아 오프라인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며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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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동대문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컬리 뷰티 페스타 2024'에서 참관객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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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에 앞서 무신사도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서 오프라인 뷰티 페스타 행사를 열었다. 무신사 뷰티 페스타는 올리브영이 연 4회 개최하는 최대 할인 행사 ‘올영세일’(8월30일~9월5일) 직후 열렸다. 3일간 열린 무신사 뷰티 페스타에는 1만8000여명의 방문자가 몰렸다. 행사 기간 오프라인 팝업에 참여한 41개 브랜드 평균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배 증가했다.

쿠팡도 지난 4월 총 21개 뷰티 브랜드가 참여한 ‘메가뷰티쇼’를 열었다. 올해로 3회째 열린 오프라인 행사로, 매년 행사 때마다 3000~4000명 방문객이 몰렸다. 쿠팡은 최근 럭셔리 뷰티 버티컬 서비스 ‘R.LUX(알럭스)’를 론칭하며 뷰티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기존 로켓럭셔리를 독립적인 서비스인 알럭스로 확대 개편한 것이다. 르네휘테르·에스티로더·비오템·설화수·더후 등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업계에서는 뷰티 분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이커머스들이 올리브영의 아성을 넘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미 올리브영은 랄라블라, 롭스, 세포라 등이 국내에서 오프라인 사업장을 접은 뒤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뷰티 시장에서 올리브영 비중(취급액 기준)은 2022년 12.2%에서 올 상반기 17.6%로 커졌다. 오프라인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시장의 경우 점유율이 70%를 넘는 상황으로, 전국 매장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1354개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2조2872억원을 달성해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공룡’이 자리 잡고 있는 뷰티 분야에 패션과 신선식품 등을 주로 취급하는 버티컬 쇼핑 플랫폼들이 적자를 감수하며 수년째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것은 화장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계절적 변수가 적고 재구매도 많아 마진율이 높은 데다 식품이나 옷에 비해 부피가 작고 온도에 덜 민감해 보관·재고·운송 관리가 용이하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해외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너도나도 뷰티 시장에 뛰어들자 올리브영도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사실상 독주하고 있지만 무신사와 컬리 등의 본진인 온라인에서는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앞서 올리브영이 무신사 뷰티 페스타 개최를 두고 브랜드사들의 행사 입점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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