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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증권사 ‘IMA’ 자격요건, 8조보다 높아지나… 금융당국 제도 개선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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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종합투자계좌(IMA)와 관련해 현행 제도의 적절성을 검토한다. IMA란 증권사가 고객이 예탁한 돈을 운용해 그 수익을 지급하는 계좌로, 현재 규정에 따르면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인 증권사만 해당 업무를 할 수 있다.

아직 IMA 업무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없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IMA 자기자본 요건을 맞췄으나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을 예고하면서 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이 IMA 자기자본 기준을 높일 경우 ‘1호 IMA’ 증권사 탄생은 더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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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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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현재의 IMA 자기자본 요건이 시장 상황에 적절한지 들여다보고 있다. 과거 제도가 만들어졌을 8년 전과 현재의 환경이 달라져 자기자본 기준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일부 판단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2016년의 8조원과 현재의 8조원의 가치가 같지 않다”고 말했다.

IMA는 고객이 IMA 계좌에 자금을 넣으면 증권사가 운용해 주는 상품이다. 증권사는 고객에게 원금 지급 의무가 있지만, 예금보험공사에 의해 5000만원까지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다. 증권사들이 IMA 사업을 탐내는 것은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인 기업 신용공여(자기자본 100% 이내)나 발행어음(자기자본 200% 이내)과 달리 IMA는 현재 한도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IMA는 자금 조달 규모에 한계가 없어서 증권사들의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2016년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대해 IMA가 허용됐다. 그러나 당시엔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는 증권사가 없었다. 금융위가 정책을 발표했던 때인 그해 1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당시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이 가장 많았는데 그 액수는 6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시점으로 IMA 자기자본 기준을 채운 증권사는 두 곳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9조5303억원)과 한국투자증권(8조5515억원)이 IMA 자기자본 요건을 맞춘 상태다. IMA 업무를 하려면 당국에 인가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가 IMA를 포함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의 전반적인 손질을 예고하면서 두 증권사가 요건을 충족했어도 신청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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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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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위는 IMA를 포함해 종투사 제도의 공과를 평가하고 필요한 제도 개선을 유관기관과 논의 중이다. 종투사 제도는 신성장 동력 산업과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등을 지원할 수 있는 투자은행(IB)을 키우기 위해 2013년 도입된 것으로, 자기자본 3조원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증권사에 기업 대출을 허용하는 게 골자다. 이후 제도 개선을 거치면서 2016년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에 대해선 발행어음이 허용됐고, 8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대해선 IMA가 허용됐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금융위가 종투사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한 건 증권사들이 기업금융 지원이란 당초 제도 도입 취지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당시 금융위는 증권사에 기존의 차입이나 채권 발행보다 저렴하게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을 열어주며 다양한 투자로 IB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은행이 선뜻 투자하지 못하는 비교적 위험한 물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금을 대고 혁신 기업을 키우는 데에 일조하라는 뜻이 숨어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증권사가 규제 완화 특수는 누리면서 모험 자본 공급은 등한시하고 우량한 물건이나 부동산 투자에 치중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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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금융위원장이 8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투자협회장 및 10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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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올해 7월 취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한 달 뒤 10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 상견례를 하는 자리에서 “증권사는 혁신기업을 발굴해 성장시키고 성숙한 기업엔 자금과 인수합병(M&A)을 지원하는 등 맞춤형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적인 역할”이라며 “증권사의 외형은 상당 부분 성장했지만 혁신 중소와 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 미미하고 부동산 금융에 편중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금융회사라는 측면에서의 증권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재정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집계해 공개한 종투사의 기업 신용공여 현황은 2020년이 가장 최신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등을 제외한 순수한 중소기업 대상의 신용공여(2809억원)는 총 신용공여(14조3000억원)의 2.0%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종투사와 초대형 IB를 허용해 줬더니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부동산으로 증권사 자금이 몰렸는데 IMA 역시 그런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을 당국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IMA는 증권사가 은행과 사실상 동일해지는 것이라 증권사가 (은행 규제인) 바젤에 준하게 (건전성)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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