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레바논서 탱크로 유엔군 정문 부수고 강제 진입

▲ 레바논 남부 일대를 순찰하는 레바논 유엔 평화유지군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은 현지시간 13일 이스라엘군 탱크가 남부 접경 지역의 부대 정문을 부수고 강제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UNIFIL은 이날 성명에서 "충격적인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해 이스라엘군에 해명을 요청했다"고 로이터·AFP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또 이스라엘군이 이들의 활동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UNIFIL은 레바논 남부 나쿠라의 지휘부와 주변 지역이 최근 수일간 반복적인 공격에 노출됐다며 이스라엘군이 UNIFIL 벙커 외부 감시 카메라에 총을 쏴 망가뜨리는 등 고의로 공격을 가한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레바논 남부에 투입된 이스라엘 지상군과 헤즈볼라 간의 지상전이 본격화하면서 지금까지 UNIFIL 대원 5명이 부상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UNIFIL을 전투 지역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에서 레바논 전투 지역에 주둔한 군인들이 헤즈볼라의 인질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안드레아 테넨티 UNIFIL 대변인은 전날 AFP 통신에 "(이스라엘이) '블루라인' 상의 현 위치에서 철수하거나 최장 5㎞까지 물러날 것을 요청했다"며 "우리는 만장일치로 (현 위치에) 머문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블루라인은 2006년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사이 33일 전쟁 이후 같은 해 8월 유엔이 설정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사실상의 국경입니다.

이곳엔 1만 명 가까운 규모의 UNIFIL 병력이 주둔하며 완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UNIFIL에 자국군을 파병한 세계 40개국은 전날 공동성명에서 "역내 긴장 고조 상황을 고려할 때 UNIFIL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며 "UNIFIL에 대한 최근 일련의 공격을 강하게 규탄하며 적절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주유엔 폴란드 대표부가 엑스(X·옛 트위터)로 공유한 성명문에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와 이탈리아, 인도, 가나, 네팔, 말레이시아, 스페인, 프랑스, 중국 등 40개국이 서명했습니다.

UNIFIL의 주요 파병국인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통화로 UNIFIL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이탈리아 총리실은 전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전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통화에서 이스라엘군이 UNIFIL 진지들을 겨냥해 발포했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습니다.

갈란트 장관은 오스틴 장관에게 "UNIFIL 피해를 피하기 위한 조처를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이스라엘 국방부가 이날 밝혔습니다.

갈란트 장관은 13일 영상 성명에서는 "우리는 테러리스트(헤즈볼라)가 이(레바논 남부 접경) 지역에 돌아오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북부 주민의 안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백운 기자 cloud@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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