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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사설] 단비 같은 '한강 특수', 독서 문화 저변 확대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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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주말인 13일 오전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영업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책을 사려고 서점에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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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첫 주말 대형 서점과 동네 책방, 그리고 도서관에는 그의 책을 구하려는 독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서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오픈런’ 경쟁이 벌어졌고, 대형 서점 홈페이지가 접속 장애를 겪기도 했다. 근래 이런 모습을 접한 적이 언제 있었나 싶다.

어제 교보문고 실시간 베스트셀러는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1위부터 10위까지 한강 작품으로 도배가 됐다. 10일 밤부터 주말까지 나흘간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만 50만 부 이상 팔렸다. 재고가 바닥이 나 출판사들이 서둘러 증쇄에 나서면서 인쇄소들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런 풍경은 너무 낯설다. 지금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찾기 거의 어렵다. 심지어 도서관이나 북카페를 가봐도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노트북컴퓨터 등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성인 10명 중 6명가량(57%)이 1년 동안 책 한 권 읽지 않는다. 10년 전(27.8%)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인문학적 소양, 사고력, 창의성, 문해력, 그리고 사회적 공감능력까지 독서를 통해 길러질 수 있는 능력은 헤아릴 수 없다. 요약된 정보에 의존하는 짧은 영상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강 작가 역시 노벨위원회 전화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책을 읽으며 자랐다. 한국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환경이 자양분이 됐을 것이다.

서점가에 불어닥친 ‘한강 특수’는 매우 반갑지만 금세 사그라들지는 않을지 걱정도 된다. 간만에 책에 관심을 갖게 된 독자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지방자치단체, 출판계, 서점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다양한 이벤트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좋은 작가와 좋은 책이 발굴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크다. 지난해 ‘출판계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며 올해 독서 관련 예산을 대규모 삭감한 것과 같은 우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백화점식 대책 나열이란 비판이 많았던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24~28)’도 서둘러 구체성을 보완하기 바란다. 디지털시대와 책이 공존하지 못하란 법은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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