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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특허로 골리앗들과 맞짱…백전무패 이뤄낸 ‘LED 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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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강소기업 서울반도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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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특허 전쟁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건재함을 드러내는 기술 기업이 있다. LED(발광다이오드) 전문 기업 서울반도체(대표 이정훈·사진)다. 최근 이 회사는 유럽 특허청 항소재판부의 판결을 끝으로 대만 LED업체 ‘에버라이트’와 7년간 벌인 16차례 소송에서 모두 이겼다고 밝혔다. 올해 초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인 아마존을 상대로 스마트 조명 기술 관련 특허 소송을 제기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13일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유럽 특허청 판결에 대해 “노와이어(No Wire) LED 기술이 유럽 모든 국가에서 특허를 인정받게 된 것이라 의미가 깊다”라고 설명했다. 노와이어 LED 기술은 전선(와이어)과 패키징 없이 LED 소자를 만드는 것으로, 초소형과 고효율을 장점으로 한다. 제네시스 GV80과 아우디A4 차량의 헤드램프에도 이 기술이 쓰였다.

지난 10일에는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이 독일 대형 유통사인 엑스퍼트 이커머스의 판매 제품이 서울반도체의 와이캅 기술을 침해했다며, 유럽 8개국에 관련 제품 판매 금지와 폐기 처분을 명령했다.

1992년 설립된 서울반도체는 글로벌 LED 시장에서 일본 니치아와 독일 오스람에 이은 세계 3위 업체다. 지난해 매출 7억8400만 달러(약 1조506억원)를 기록했다. LED 제품과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광(光) 반도체 전문 기업이다. ‘특허 경영’으로 LED 시장을 평정하겠단 창업자 이정훈 대표의 목표에 따라 특허 확보에도, 특허 침해 시 소송에도 적극적이다.

시작은 2006년 세계 1위 LED 기업인 일본 니치아가 제기한 소송부터였다. 니치아 소송에서 이긴 이후 현재까지 8개국에서 진행된 103건(9월 기준)의 특허 소송에서 서울반도체는 모두 이겨 백전 무패의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2020년 LED 전구와 LED TV 등을 두고 필립스와 벌인 소송에서도 연거푸 이기자, 업계에선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미국 ‘특허 괴물’로 불리는 다큐먼트 시큐리티 시스템즈(DSS)와도 4년간 싸워 2021년 최종 승리했으며, 일본 렌즈 제조기업인 엔플라스와는 6년 분쟁서 승기를 잡았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광고를 냈다. “Birth is not fair, but opportunity must be fair”라는 문구가 적힌, 즉 ‘출생은 불공정해도, 기회는 공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광고다. 직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평소 “특허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며, 작은 기업도 거대한 기업으로 클 기회를 준다”라고 강조해왔다고 한다. 이정훈 대표가 ‘특허 침해 기업을 모두 뿌리 뽑을 때까지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화는 업계서도 유명하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 없이는 하기 어려운 행보다. 서울반도체에 따르면, 회사는 매년 매출액의 10%인 1억 달러 정도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특허가 1만8000여개, 그중에서 이정훈 대표 개인 특허가 269건이다. 서울반도체만의 독보 기술인 썬라이크(자연광 스펙트럼에 가장 가깝게 만든 LED), 와이캅 등이 그렇게 나왔다. 지난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마이크로 LED 기술과 관련해 서울반도체가 보유한 특허는 1000여 개에 이른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우리의 특허를 피해 마이크로 LED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자신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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