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당사자인 명태균씨.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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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
여권의 대형 악재인 ‘명태균 게이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지켜보는 게 상책, 개입하는 건 하책”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된 당 차원의 대응 기구를 일절 만들지 않고 있다. 앞서 김건희 여사나 계엄령 관련 의혹 등에 대해 TF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대응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처럼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대략 3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①초점 분산=명태균 게이트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뿐 아니라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 인사를 비롯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반윤(反尹) 성향 보수 정치인도 소환되고 있다. 범여권 인사들이 대거 관련된 것은 호재인 것이 분명하지만, 이번 국정감사를 ‘김건희 국감’으로 명명하고 총력을 기울이는 민주당 입장에선 여론의 초점이 다른 방향으로 분산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김 여사의 국정 개입이 핵심 줄기인데, 곁가지가 너무 많이 나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부산 금정구 노포역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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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여권 결집=명태균의 입 못지않게 민주당이 주목하는 것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입이다. 한 대표는 명태균 게이트 이후 대통령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현장에서는 "명태균·김대남 씨 같은 분들이 설칠 수 있고, 이런 분들에게 약점 잡힌 정치가 구태 정치"라며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라고도 말했다.
민주당은 윤·한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여권의 자중지란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자칫 민주당이 개입해 공세 수위를 높이면 되려 위기감을 느낀 여권이 결집할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성급하게 추진했다가 검찰과 여권을 결집시킨 전례를 되풀이하지 말고 되도록 나서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③‘최순실 게이트’ 학습효과=민주당에서 가장 바라는 모델은 2016년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게이트’의 재연이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공공연히 최씨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0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최순실에 놀아나던 박근혜 정권의 악몽이 떠오른다. 자고 나면 명씨의 새로운 공천 개입 증거들이 터져 나오고 명씨의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승일 전 k스포츠 부장이 2016년 1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5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했다가 증인으로 신분 변경해서 선서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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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자체적으로 새로 발굴한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언론보도 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되고 확인된 의혹을 통해 대여 공세를 이어나갔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에도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언론보도와 명태균씨 주변에서 나오는 단서들을 모아 동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최순실 게이트 당시에도 국정조사나 청문회 등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등 최씨의 주변 인물을 보호했던 것처럼 명씨 관련 인사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한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씨도 ‘공익제보 보호인 1호’로 선정하기로 했다. 강씨는 21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강씨는 6일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 출연해 명씨가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를 수행했고, 그 대가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모두 증인 출석을 거부한 상황에서 강씨를 통해 ‘명태균 게이트’의 과녁을 윤 대통령 부부로 집중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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