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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한강만 글로벌 신드롬? 런던엔 ‘미술 한류’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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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 전시된 양혜규의 신작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 윤이상의 ‘더블 콘체르토’에 맞춰 조명이 움직이는 대형 블라인드 설치다. [사진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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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한강이 호명된 10일(이하 현지시간), 런던의 가장 오래된 서점인 해차즈 피카딜리서커스점에선 그의 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서점 측은 “수상 발표 후 재고가 동났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문학에까지 다다른 이때, 미술도 런던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 자리를 잡았다. 때마침 영국의 대표적 아트페어인 ‘프리즈 런던’을 맞아 주요 미술관·갤러리의 중요한 전시가 이어지는 시기다.

테이트 모던의 이미래를 위시해, 양혜규(53)가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양혜규: 윤년’을, 정금형(44)이 런던현대미술관(ICA)에서 개인전 ‘공사중’을, 정희민(38)이 독일 명문 화랑 타데우스 로팍 런던 지점에서 유럽 첫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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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현대미술관(ICA)에서 열린 정금형 개인전 ‘공사중’을 보는 관객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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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사우스뱅크센터의 헤이워드 갤러리는 56년 역사의 현대미술 전시공간으로, 브루스 나우만,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트레이시 에민, 이불, 아니시 카푸어 등이 거쳐 갔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방울 커튼이 관객 몸에 닿으며 소리를 냈다. 양혜규의 ‘농담(濃淡)진 소리 나는 물방울-수성 장막’이다. 방울 커튼 안쪽에서 빨랫대와 전구, 블라인드, 싱크대, 라디에이터, 인공 짚으로 엮은 조형물, 부적처럼 오린 종이가 작품이 되어 관객을 맞는다.

20년 전 양혜규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창고피스’(2004)부터, 외할머니가 살던 인천의 주택에서 연 국내 첫 개인전 ‘사동 30번지’(2006), 작곡가 윤이상의 삶과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대형 블라인드 신작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까지 120점으로 5개 전시장을 꽉 채웠다. 작가의 20년 세월을 거슬러 보여주는 ‘윤년’은 헤이워드 갤러리의 융마 수석 큐레이터가 기획했다. 융마는 “윤년(leap year)이라는 제목은 시간의 흐름을 표현할 뿐 아니라, 4년에 한 번인 특별한 일을 뜻하며, 여러 층위의 작업을 해 온 작가처럼 ‘뛰어든다(leap)’는 의미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하이라이트는 대형 블라인드 설치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 층층이 올라가듯 배치된 블라인드 뒤로 윤이상의 ‘더블 콘체르토’에 맞춰 조명이 움직인다. 작곡가 윤이상의 음악으로 이산의 아픔, 분단, 만남, 화합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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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민 개인전 ‘Umba(그림자)’.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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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평가는 엇갈렸다. 가디언은 “방대하고 혼잡할 뿐 보람이 없다”며 별 1개(만점 5개)로 혹평한 반면,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섬세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시”라며 별 4개를 줬다. X(옛 트위터)에 가디언 기사를 공유한 뒤 “자기주장이 강한 기사, 브라보!”라고 적었다는 양혜규는 “내게 그 정도 자신감은 있다. 비평은 다양하기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12일에는 건축가 조민석(매스스터디스 대표)이 런던 켄싱턴 가든에 세운 파빌리온 ‘군도의 여백’에 뉴뮤지엄 큐레이터 비비안 크로켓, 아이린 킴 아트 바젤 글로벌 VIP 총괄, 비비안 츄 아트넷 에디터 등 100명 가까이 모였다. 프리즈 런던의 VIP 프로그램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함께 마련한 ‘한국 미술의 밤’ 행사다. 조 대표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등 아주 좋은 소식이 이어지는 이때, 멀리 떨어진 이곳에선 번역자·연결자들의 중요성 또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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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펜타인 파빌리온: 군도의 여백’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사진 매스 스터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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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공원인 켄싱턴 가든에 있는 서펜타인 갤러리는 2000년부터 매년 여름 주목받는 건축가를 선정해 임시별관을 지어 건축계 최신 흐름을 선보인다. 참여 건축가 중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많이 나와 ‘프리츠커 예고편’으로도 불린다. ‘군도의 여백’은 위에서 내려보면 잔디 위에 별 하나가 뚝 떨어진 듯한 모습이다. 현대 무용가 안은미의 공연으로 시작해, 5개월 남짓 K팝 공연장·도서관·찻집 등 콘텐트 제작소 역할을 했다. 오는 27일까지 문을 연다.

한편,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은 『한국의 페미니즘 미술가(Korean Feminist Artists: Confront and Deconstruct)』의 영국 출간을 맞아 지난 10일 런던대 부설 바르부르크 연구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우테메타 바우어 사우디아라비아 현대미술 비엔날레 예술감독, 이연숙 평론가, 미술가 신미경·김아영이 한국 여성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논의했다.

런던=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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