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38개월만에 기준금리 0.25%p 인하
"20년 가까이 가게를 운영했는데 올해가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어요. 직원들 다 내보내고 혼자 15시간 넘게 가게 지키는데도 번 돈보다 이자가 더 많으니 감당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문을 닫아야 하나, 뭘 먹고살아야 하나 고민인데 이제 숨통이 좀 트이려나요."
17년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며 빚더미에 앉은 자영업자 유미영씨(64)의 수난시대가 끝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긴축을 종료하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다. 이번 인하는 통화정책 완화의 신호탄인 만큼 내수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는 희소식이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 금융안정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1조7000억원가량 감소한다. 1인당 이자 부담은 55만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잔액 1060조1000억원, 전체 자영업자 차주 수 312만6000명을 고려해 시산한 결과다.
그동안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 복합 경제위기에 노출된 자영업자들은 빚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경기 불황까지 닥치면서 올 2분기 기준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다중채무 대출잔액은 753조8억원으로 3년 전보다 27.8% 증가했다.
특히 이들의 연체율은 2021년 2분기 0.56%에서 올해 2분기에는 1.85%로 3배 이상 높아졌다. 취약 자영업자는 3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빚을 낸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자영업자를 의미한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올해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초로 20% 선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올해 1~8월 월평균 자영업자는 563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19.7%였다. 1963년 자영업자 비중은 37.2%였지만 올해는 20%마저 깨졌다.
빚으로 연명한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또 다른 취약 차주인 중소기업의 대출 건전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로 전체 기업은 연간 이자를 3조5000억원 줄일 수 있게 됐다. 대기업은 6000억원, 중소기업은 2조9000억원 정도 이자 경감 효과가 나타난다.
금융기관(비금융 포함)의 2분기 기준 대기업 대출잔액은 298조5000억원(비중 15.8%)이며 중소기업은 1589조5000억원(84.2%)다. 상환 능력이 한계에 이른 중소기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대기업 연체율은 0.05%에 머물며 2년 전(0.14%)보다 더 낮아졌지만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0.27%에서 0.67%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과 주식 공모 등 직접 금융조달을 선택하며 은행 대출을 줄일 수 있지만 저신용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 비용 부담이 경감되고 기업투자와 소비가 확대돼 우리 경제가 새로운 회복 국면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며 "중소기업계도 그동안 고금리로 미뤄둔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려 경제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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