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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터널’ 갇힌 기업투자ㆍM&A 활기 기대 [피벗 열차 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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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비용으로 자금조달ㆍ투자 확대…‘눈덩이’ 기업부채 부담도 감소

이투데이

내 M&A 거래건수 및 금액(상반기 기준). 출처 : 삼일PwC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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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가 여전히 ‘뉴노멀’인 시대지만, 시장 금리가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 타이트머니(Tight Money) 시대가 끝나가고 이지머니(Easy Money) 시대가 다시 도래할 가능성이 커서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기업은 싼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인수합병(M&A)에 뛰어들 수 있다. 특히, M&A 시장은 자금줄인 저금리 ‘차입매수(LBO)’가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기업 부채 부담도 덜 수 있다.

기업 투자 늘리나


민간 부채가 대규모로 누적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가계 소비 여력과 기업 투자 여력이 제약되면서 내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한국개발연구원(KDI ‘2024년 경제전망 수정’)


한국은행이 금리를 연 3.25%로 낮췄다. KDI의 얘기대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까. 과거 학습효과에서는 ‘그렇다(Yes)’이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 등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기업 설비투자 : 자산가격 경로와 대차대조표 경로 분석’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이 기업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금리 인하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은 이론적으로 자산가격 경로, 대차대조표 경로 등 2가지 경로로 설비투자에 영향을 준다. 자산가격 경로는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자본시장에 유입, 주가가 상승하고 이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쉬워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다는 이론이다.

연구팀은 ‘토빈q’(기업의 주가/기업 순자산 장부가액)라는 지표를 활용, 토빈q가 기업의 투자율과 양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토빈q는 기업이 보유자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해 주주의 부를 늘렸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토빈q가 커질수록 투자 효율성이 좋아 설비투자를 늘린다는 의미다. 토빈q는 주가와도 밀접한 양의 상관관계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금리가 인하해 주가가 상승하면 토빈q가 증가, 기업의 설비투자가 확대되는 경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기업 부채 리스크에도 긍정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금리 변화가 민간 부채 이자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향후 1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내리면 기업 대출 이자 부담은 4조4200억 원, 가계부채 이자 부담은 4조5300억 원 각각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최근 벼랑 끝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계기업 연체율은 2020년 말 2.4%에서 올해 1분기 11.3%로 급등했다. 올해 상반기 파산 신청 기업 수는 팬데믹 기간인 2021년 상반기(428건)와 비교해 배 이상 증가한 987건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한경연은 “민간 부채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금융 시장 불안에 따른 부채발(發)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최근 기업 부채 연체율은 약 1.8%포인트 증가했다.

M&A 시장 활기 예고


Get better(더 나아지고 있다).
회계법인 삼일 PwC가 8월 하반기 이후 M&A 시장을 전망하며 한 얘기다.

삼일PwC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M&A 거래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한 1조3000억 달러(약 1774조 원)로 집계됐다. 거래건수는 2만3054건으로 같은 기간 25% 감소했다. 국내 M&A 시장은 상반기 거래건수 854건, 거래금액 29조 원으로 파악됐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 24% 줄어든 규모다. 펜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도 거래건수는 소폭 증가(3%)한 반면, 금액은 감소(-37%)하며 메가딜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긴 터널에 갇혀 있던 M&A 시장이 최근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등 글로벌 각국이 피벗(통화정책)전환에 나서면서 싼 자금조달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M&A 거래금액은 997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0% 이상 늘어난 규모다. 한때 두 자릿수까지 치솟은 인수금융 금리가 최근 한 자릿수 중반대로 떨어지면서 인수 후보들의 자금 조달 부담도 크게 줄었다.

국내 시장에서도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M&A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4조 원 몸값의 SK스페셜티가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엔펄스 등의 매각도 거론된다. 인수 후보를 찾지 못해 보류됐던 홈플러스 매각 절차도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슈퍼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매물로 등장했다. 국내 2위 산업용 가스회사인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매각이 최근 잠정 중단되긴 했지만,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몸값만 5조 원대로 추산된다.

M&A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사모펀드(PE)의 평균 투자기간은 4~5년인데, PE들의 포트폴리오 절반 이상의 기업이 보유기간 4년을 넘어가면서 자금회수(엑시트) 압력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부진으로 M&A를 통한 수익실현 욕구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인공지능(AI)·자동화·바이오·신재생에너지 등 신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금리 지속에 따라 한계기업의 구조조정도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 기업 비중(지난해 말 기준)은 16.4%로 전년 보다 늘었다.

삼일PwC경영연구소는 “자본시장을 둘러싼 주요 매크로 변수들의 영향도가 감소하고 있다”며 “연말로 갈수록 각국의 정치 이벤트(선거)가 마무리되고, 미 연준 금리 인하 여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며 M&A 제반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투데이/권태성 기자 (tskw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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