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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내수 회복하기엔 ‘느리고 무딘’ 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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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1일 서울 서대문구 인근 폐업한 상점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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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내리면 이자 부담이 완화된 기업과 가계가 지갑을 열고 투자와 소비에 나선다. 금리 인하가 내수를 살리는 기본 경로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3년2개월 만에 통화정책의 기조를 변경한 뒤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금리 인하가 소비로 연결되는 시차와 여전히 소극적인 정부의 재정 운용 등으로 내수 조기 회복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진행 중이던 국정감사장에 참석하고 있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3.50%→3.25%) 소식을 들은 뒤 “금리 인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아쉬움을 피력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짧은 논평이었지만, 금리 인하가 내수 부진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만은 감추지 않은 셈이었다.



그간 내수 부진에 오랜 시간 고민했던 정책당국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내수 부진으로 인한 경기 둔화가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실제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 하루 전인 지난 10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케이디아이)은 “한국 내수 경기가 부진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 기관은 11개월째 같은 진단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내수 상황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 모두 ‘빨간불’이다. 지난 8월 건설기성액(불변)은 전년 대비 9.0%, 소매판매는 1.3% 감소했다. 7.8% 늘어난 설비투자는 ‘반짝 증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에도 내수가 회복세로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먼저 시차를 두고 실물 경제에 반영되는 통화정책의 특성 탓이 크다. 케이디아이는 지난 5월 펴낸 보고서에서, 과거 10년 치 거시경제 데이터를 분석해 정책금리 변화의 효과는 9개월 뒤에야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나타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이보다 금리 인하 결정과 효과 간의 시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은 지난 11일 펴낸 보고서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에 주목했다. 지난 8월 주택담보대출 잔액 기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65.2%로,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19년 12월(47.3%)과 비교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준금리는 물론 시장금리가 내려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지 않는 가계가 과거보다 많아졌다는 얘기다.



통화정책 효과가 본격화하기 전에 내수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재정 쪽 상황도 좋지 않다. 특히 약 30조원의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는 터라 그 부작용이 올 4분기에 집중될 여지가 크다. 재원이 없어 예정된 예산 사업을 집행하지 못하면 해당 예산은 ‘불용’ 처리된다. 재정 사업은 통상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터라 올 4분기는 정부의 ‘국내총생산 성장 기여도’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여태껏 세수 결손에 따른 재원 충당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나아가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마저 올해보다 찔끔(3.2%) 많은 ‘짠물 예산’으로 편성한 터라, 내년 상반기까지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단 전망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금리 인하만으로는 내수 회복이 어렵다”며 “정부가 그간의 소극적인 재정정책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전환해 내수 활성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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