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2 (일)

[헬로, 크립토] 스테이블코인 무역 시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주요 스테이블코인. 언스플래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김외현 | 비인크립토 한국·일본 리드



“현재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주로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여타 가상자산의 거래·교환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국경 간 거래 등을 통해서도 사용되며 실물경제의 지급·거래수단 등으로 기능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일 스테이블코인의 효용에 대해 내린 평가다. 기재부 외환제도과에서 낸 이 자료의 취지는 한국경제 보도에 대한 추가 설명이었다. 기사에서 한국 무역거래의 10%가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된다고 한 것은 부정확하며, 최대치로 잡아도 3.4% 수준이라는 내용이다. 다만, 기재부는 그럼에도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새가 실물경제로 확산될 가능성을 전제로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말 그대로 가치가 고정된(stable) 코인이라는 뜻으로, 이제는 두 단어가 아니라 하나의 보통명사로 쓰인다. 달러 등 법정통화에 그 가치가 맞춰지는데, 가치 유지 방식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첫째, 법정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그 금액만큼만 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둘째, 코인을 맡기고 일부가 스테이블코인으로 발행되는 형태다. 셋째, 담보 없이 거래 참여자들의 재정거래를 통해 가치를 유지하는 알고리듬형으로, 테라·루나가 대표적인 예다.



테라·루나? 재작년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시스템이 붕괴했던 바로 그 코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테이블코인이란 말만 들어도 의심부터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정화폐 담보형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맏형 격인 테더의 면면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테더 발행사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52억달러(약 7조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7조원이 조금 넘는데, 테더 직원 수는 몇십명에 불과하다.



사업 방식은 간단하다. 테더는 발행한 코인의 양만큼 현금을 확보하는 모델이다. 그리고 그 현금을 운용해서 수익을 낸다. 특히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국채 보유량은 976억달러로, 독일(880억달러)보다 많고 한국(1167억달러)에 조금 못 미친다. 테라·루나 때처럼 사람들이 못 믿겠다며 테더에 맡긴 현금을 상환하면, 테더로서는 이 많은 미국 국채를 팔아치울 수밖에 없다. 국제 금융이 휘청거릴 것이다. 수익은 높고 방식은 간단하면서 영향력까지 커지는 이 매력적인 사업을 누가 마다할까. 제이피모건이나 페이팔 같은 미국 대형 금융기업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나선 배경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원래 코인 거래 편의성을 위해 고안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외환 거래 절차를 간소화하게 해줬다. 가령, 외환 송금은 영업일 기준 2~5일 소요되고 수수료가 발생한다. 외국환거래법은 특정 외환 거래는 기재부에 신고하도록 규정한다. 이 모든 규제를 무력화시키면서 실시간 결제로 환율 리스크를 줄여주는 스테이블코인은 소규모 무역업체에 매력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의 활발한 대외 무역과 금융·통신망 발전은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와 규제 당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거리다. 정부 관리에서 벗어나 있고, 무역 통계에 잡히지 않으니 외환관리 리스크일 수 있다. 국제수지, 외환보유액 등 거시경제 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오판을 유발할 수 있고, 경제위기 시 자본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도 우려된다. 다행스러운 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선진국은 자본의 유출입 차원에서 대응하려 하고, 개발도상국은 달러 거래가 편리해짐에 따라 높아지는 달러 의존도에 대한 관리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규제 도입과 모니터링 시스템, 또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개발 등 여러 노력이 병행되고 있다.



지난주 기재부가 낸 입장에 이런 모든 현실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진심으로 반갑다. 세상의 변화를 관찰하고 따라잡으려는 관료들의 성실한 노력을 응원한다.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