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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삼성전자 덕분에 내년 세수 전망은 맑음?[박상영의 기업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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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보다 대한민국 기업이 더 유명한 세상입니다. 어느새 수 십조원을 굴리고 수 만명을 고용하는 거대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밖에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박상영의 ‘기업본색’은 기업의 딱딱한 보도자료 속에 숨겨진 행간의 의미를, 공시자료의 수많은 숫자 안에 가려진 진실을 추적하는 경향신문 칸업(KHANUP) 콘텐츠입니다. 더 많은 내용을 읽고 싶으시면 로그인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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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획재정부는 기업들에 법인세 중간 예납을 독려했다. 올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내년에 낼 법인세를 미리 내도록 한 것이다. 기업은 한 해 벌어들인 금액을 바탕으로 이듬해 3월 법인세를 납부한다. 법인세를 한 번에 내는 것이 부담일 경우에는 8월에 미리 법인세를 내는 중간 예납 제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으로서는 당장 세금을 내기보다 아무리 낮은 금리더라도 은행에서 이자를 받는 편이 유리하다. 일부 기업에서는 정부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사내 법무팀에 배임 여부를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세금을 내 이자 비용을 포기하면 그만큼 기업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런 독려에도 불구하고 중간예납이 1년 전보다 덜 걷혀 기재부는 체면이 구겨졌지만, 내년 법인세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재부는 내년에는 법인세에서만 25조3000억원의 세수가 올해보다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대폭 전망치를 올려 잡은 데는 올해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반등에 법인세 호조 기대하는 정부


실제 삼성전자는 별도 기준, 올 상반기 9조229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년 전에 7조6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삼성전자는 D램 등 반도체 부품과 TV, 냉장고를 팔아서 발생한 영업이익 외에도 9조원을 웃도는 기타 수익도 거뒀다. 9조3000억원 가량의 배당금 수익에 900억원이 넘는 임대료 수익 덕분이었다. 투자 등을 위해 빌린 돈에 대해 이자를 내더라도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이익이 18조4397억원에 달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에도 삼성전자는 올해 별도 기준, 20조원 대 영업이익을 무난히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배당금 수익 등 영업 외 수익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벌어들일 돈은 수십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법인세 1등’ 자리를 내줬던 삼성전자가 다시 탈환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수익이 커진 만큼 세금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는 영업 적자에도 배당금 수익으로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이 17조5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는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거둔 수익금을 본사로 배당할 때 국내 반입액의 95%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하는 영향이 크다. 정부는 해외 법인 자금의 국내 반입을 뜻하는 ‘자본 리쇼어링’을 유도하기 위해 2023년부터 이같은 세제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4조원 남짓이었던 삼성전자 배당금 수입이 지난해에는 29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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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8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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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 세액 공제와 설비투자 세액 공제 등도 삼성전자의 세 부담을 덜어줬다. 정부는 지난해 대기업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설비투자를 할 경우, 적용되는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확대했다. 연구·개발(R&D)의 경우에는 세액 공제액이 최대 40%로 늘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같은 세액공제 및 감면에 대한 법인세 효과는 5조1000억원이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감세 조치로 지난해 삼성전자는 7조9000억원의 법인세 이익이 발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 삼성전자는 올해에는 이월해 공제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월 결손금 공제’도 삼성전자의 세수 반등 폭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업이 손실을 냈을 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월 결손금 공제를 마련했다. 기업이 손실이 나면 이를 다음 사업연도로 이월해 과세 대상 소득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공제 한도도 대기업은 소득의 60%였는데 2023년부터 80%로 확대됐다. 결국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도 이같은 감면 혜택으로 세수가 그만큼 늘어날 가능성은 작아졌다.

다가오는 삼성전자의 겨울


삼성전자에 대규모 세제 감면을 제공하더라도 투자가 늘어나면 세수는 오히려 늘 수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부자 감세 지적’이 제기될 때마다 “기업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무리 막대한 규모의 세제 감면 혜택을 받더라도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다면 반도체 기업들은 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삼성전자 위기론’으로 향후 투자 축소를 점치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력 감축 계획의 목적으로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에서 해당 지역 인력의 약 10%를 해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일부 해외 법인에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일상적인 인력 조정을 시행하는 것”이며 선을 그었지만 위기감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올해도 수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는 일부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가동률 조절에 나선 상태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설비투자 규모는 51조36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57조6100억원)와 비교해 10.8% 가량 줄어든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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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실적


지난 8일 공개된 삼성전자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으로 10조원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당초 3분기 영업이익으로 14조원대까지 내다봤던 증권업계는 최근 들어 눈높이를 10조원 안팎으로 급격히 낮춰 잡았는데 주력인 범용 D램 부진으로 이마저도 충족하지 못했다.

실적 부진에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낸 점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대규모 세제 감면 혜택에 반도체 업황마저 둔화되면 정부의 법인세 전망은 내년에 또 빗나갈 수 있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에 반도체 경기 전망까지, 내년에도 정부의 세입 환경은 녹록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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