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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루이비통이 픽한 작가 애니 모리스…상실을 딛고 기쁨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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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파리의 루이비통 재단, 상하이의 포선 재단, 남프랑스 프로방스의 샤토 라 코스테, 영국의 요크셔조각공원 등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가진 작가가 서울에 왔다.

동글동글한 구체를 무심한 듯 쌓아올린 '스택'(Stack) 시리즈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애니 모리스(b.1978, 영국)다. 애니 모리스가 국내 최초의 개인전을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개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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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국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성수동 더페이지 갤러리 전시장에서 작품 앞에 선 작가 애니 모리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10.12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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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의 더페이지갤러리(대표 성지은)는 애니 모리스의 한국 내 첫 작품전을 지난 9월 30일 개막해 오는 11월 2일까지 개최한다. 애니 모리스는 조각, 페인팅, 태피스트리 등 작업반경이 넓은 영국 아티스트다. 그 중에서도 비정형의 형태와 리드미컬한 색채의 동그란 구체를 수직으로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린 '스택'(Stack) 연작으로 글로벌 미술계에서 명성을 얻었다.

이번 서울 전시에 애니 모리스는 자신의 대표작 '스택' 시리즈와 꽃 여인(Flower Woman) 조각, 그리고 페인팅과 태피스트리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작가 특유의 부드럽지만 강인함이 살아있는 생명력 넘치는 작업들이 장르별로 두루 나와 애니 모리스의 작품세계를 입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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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조각과 회화를 넘나들며 활동 중인 애니 모리스의 다양한 작품들. 성수동 서울숲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리는 애니 모리스 개인전은 11월2일까지 계속된다. [사진=더페이지 갤러리] 2024.10.12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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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스택' 조각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키는 이 사랑스런 조각은 불규칙한 크기의 구체들이 어떻게 저토록 균형을 이룬채 세워져 있을까 궁금하게 만든다. 위로 올라갈수록 크기가 더 큰 구체들이 수직으로 쌓여진 것이 위태로와 보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다가온다.

애니 모리스는 사산의 아픔을 겪은 스스로의 경험에서 스택 시리즈를 제작하게 됐다. 동그란 구체는 봉긋하게 솟은 임산부의 배를 상징한다. 새로운 생명을 품은 기적같은 소중함을 비정형의 구체로 은유한 것이다. 그런 구체들이 수직으로 아슬아슬 쌓아올려진 것은 새 생명의 불안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쨍한 코발트블루라든가 강렬한 레드, 그린, 스카이블루 등의 선명한 색감과 리드미칼한 배치로 인해 이 작업은 그것이 놓인 공간에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은 작가의 이 작업을 '기쁨의 쌓기'라고 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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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애니 모리스의 대형 회화 'If You Could Be Anyone', 2022. thread on linen. 121x321.5cm [사진=더페이지 갤러리] 2024.10.12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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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파 거장 앙리 마티스의 컬러풀한 드로잉을 연상하게 하는 애니 모리스의 '꽃 여인'(Flower Woman) 시리즈는 작가의 뛰어난 드로잉 실력을 증명하듯 여성의 몸을 유려한 선으로 심플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한 조각 작품이다. 활짝 핀 꽃 형태의 두상과 임신한 여성을 상징하는 신체를 가진 이 강철 조각은 작가 자신의 초상이자 이 땅의 어머니들의 초상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며 숨겨졌던 비밀이 드러났고, 아버지가 떠나면서 어머니가 느꼈던 상실감과 슬픔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큰 충격이었다"며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기에 이후 어머니의 얼굴을 큰 꽃으로 그리기 시작했고, 그 때의 기억이 오늘 '꽃 여인'으로 확장되고 변주됐다"고 밝혔다. 이번 한국 첫 개인전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3m 크기의 '꽃 여인' 두 점이 전시장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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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2024.10.12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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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모리스는 페미니즘 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루이스 부르주아, 니키드 생팔에게서 큰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특히 니키드 생팔과는 뉴욕 등에서 여러차례 교감하며, 여성의 생명력을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형상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경탄했다고 전했다. 또 영국의 추상미술가 바바라 햅워스의 구조적이면서도 감정의 깊이가 살아있는 작업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애니 모리스는 평면과 입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속도감 넘치는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자동기술법적 드로잉은 첨단 직물기술을 통해 태피스트리 시리즈로 확장된다. 린넨 위의 바느질은 마치 파스텔이나 목탄으로 그린 것같은 회화적 질감이 살아 있는데, 이 연작은 '실 페인팅'(Thread Painting)이라 불린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애니 모리스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프랑스의 미술대학인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서 이탈리아의 대표 조각가인 주세페 페노네(Giuseppe Pennone)에 사사했다. 2003년에는 런던의 슬레이드미술학교를 졸업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루이비통 재단, 뉴욕 티쉬 컬렉션, 콜로라도대학 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상하이 롱 미술관, 포선 재단, 마이애미 페레즈 미술관 등 전 세계 유수의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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