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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아파트 이 구멍 정체에 놀랐다…기관총 거치구였다 [부동산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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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이후 설계된 아파트의 비밀

군 작전 차원에서 한강변 동에 총안구 설치

한반도 긴장 완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져

헤럴드경제

서울 강남구 압구정 한양4차 아파트 계단실에 있는 총안구. [네이버 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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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을 따라 늘어선 고가 한강변 아파트 단지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아파트 계단실 곳곳엔 네모난 구멍을 뚫은 창문이 있는데, 몸을 숨긴 채 기관총을 쏠 수 있는 총안(銃眼)이다. 아파트 주민도 “존재조차 몰랐다”고 말하는 기관총 포대는 40여년 전 아파트 설계 단계에서 서울 방어 개념으로 도입됐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은 1970년대 강남 개발 바람을 타고 생겨난 강남 최초 부자 동네다. 과거 일제 강점기 때부터 배밭 등 과수농업 지역이었던 이곳은 개발이 시작되자 현대·한양·청담삼익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한강변 주거 지역으로 변모했다. 이 시기에 지어진 한강변 아파트에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군사 작전을 고려해 설계됐다는 것이다.

아파트 시대가 본격화될 무렵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로 높아져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8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시도와 울진·삼척 무장 공비 침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이듬해 신년사에서 “우리 모든 국민이 ‘싸우며 건설하자’는 각오와 신념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민간 아파트를 포함한 곳곳을 군사 기지화 하겠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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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청담동 삼익아파트에 있는 있는 총안구.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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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기록은 과거 기사에서도 확인된다. 1994년 9월 27일 조선일보에 실린 ‘서울 아파트-고층빌딩 등 시설 유사시 군(軍)작전 감안 설계 건설부 밝혀’ 기사에는 “정부는 수도권 방어계획에 따라 1960년대 중반 이후 서울과 그 이북의 고층빌딩과 아파트나 한강과 인접한 도로 등 각종 시설물들을 건설할 때 유사시 군작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이후 들어선 한강변 강남 아파트에는 아직도 총안이 남아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각각 1978년과 1980년에 준공된 한양4차, 한양8차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한강을 향해 올림픽대로를 따라 늘어선 한양 4차 41동, 8차 95동 등 일부 동에만 총안이 숨겨져 있다. 1980년대에 완공돼 지금은 재건축을 통해 신축 아파트로 재탄생한 청담 삼익 아파트 사진 자료에도 기관총 거치구가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기사에서 한 건설부 관계자는 “수도권 남북방향 주요 도로 인근지역이나 한강변 아파트 상당수가 동서로 길게 자리잡은 것도 방어 작전에 유리한 형태”라며 “서울 광화문 주변 가각(街角)의 화단은 시가전에 대비한 진지이고, 시내 웬만한 고층건물 옥상에 포대를 설치한 것도 그런 예”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어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한반도 긴장 상태가 많이 완화되고 군의 작전개념도 바뀌어 그 같은 시설물 규정도 차츰 완화되어 가는 추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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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 한양8차 아파트 계단실에 있는 총안구. [네이버 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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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4구역 한양 아파트 설계를 담당했던 ㈜한양 관계자는 “건설업계 관계자라면 1970년대 이후 지어진 압구정 아파트 단지에 총안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벌써 40여년이 지났고 당시에 아파트 설계도가 전산화되지 않아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며 “당시 관할 부대와 협의해 설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 연구위원은 “과거 1970년대엔 건물을 지을 때마다 군부대 승인을 받아야 했다”며 “강남 개발도 안보 차원에서 강북이 점령 됐을 때 중요 시설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산이나 분당 등 신도시도 군사적 개념을 도입해 개발한 곳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군사 정권 때 적용된 설계 기준이나 시설물 규정이 점차 사라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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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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