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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사라진 ‘68억’ 돈다발 미스터리…메모엔 “모르는 척해라”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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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맡긴 현금 수십억, 직원이 훔쳐…40대 남성 구속 송치

서울 도심에 있는 임대형 창고에서 현금 수십억을 훔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A씨가 11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A씨가 훔친 돈을 은닉한 장소를 찾아 40억원을 회수했지만, 피해자는 68억원이 없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 모친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피해자의 지인이 중간에서 돈을 빼돌렸을 수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경찰은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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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 서비스 업체에 맡긴 수십억원 현금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 A씨가 11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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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68억이 없어졌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소재 임대형 무인 창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68억원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피해자의 말에 따르면 이 창고는 2022년부터 사용하던 것으로, 6개의 캐리어에 현금 다발이 가득 들어 있었다고 한다.

도난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피해자의 지인인 30대 여성 B씨다. B씨에 따르면 그는 피해자의 지시를 받고 캐리어를 옮기던 중, 안에 담겨 있던 돈이 A4 용지 다발로 바꿔치기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가방 안에는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하라. 그러면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모가 남겨 있었다고 한다. B씨는 이 사실을 피해자에게 알렸고, 피해자는 이튿날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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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압수한 40억원 상당의 현금 다발. 송파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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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하드까지 부쉈지만…

경찰이 건물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한 결과 용의자로 지목된 것이 A씨. A씨는 창고 회사 본사 직원으로, 모든 창고의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를 가지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2일 오후 7시4분 돈다발이 있던 창고에 들어가 다음 날 오전 1시21분까지 약 6시간 동안 캐리어 속 돈을 담았다.

이렇게 담은 돈은 같은 무인 창고 내에 있는 다른 칸으로 옮겨졌다. 3일 후인 15일, A씨는 돈다발을 카트에 담고 건물 밖으로 나선 뒤 경기 수원시에 있는 자택으로 이동했다.

A씨는 자기 흔적을 지우기 위해 창고가 있는 골목과 엘리베이터의 CCTV 코드를 뽑고, 영상이 담긴 하드 드라이브를 부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엘리베이터 CCTV 영상을 빼놓고 삭제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 결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60대 어머니까지 범죄 연루

A씨는 27일 훔친 돈을 자택에서 경기 부천시에 있는 한 창고로 옮겼다. 이 창고는 원래 건물 내 화장실로 쓰이던 공간이었는데, 이곳이 빈 채로 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가 은닉 장소를 마련했다. A씨는 그사이 훔친 돈 중 약 9200만원을 본인의 빚을 갚는 데 쓰기도 했다.

하지만 범행은 여기서 끝이 났다. A씨는 이달 2일 자신의 집 근처 도로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튿날 돈다발이 숨겨져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약 40억1700만원을 압수했다. A씨는 11일 야간방실침입절도, 업무방해, 기물파손 혐의로 송치됐다. A씨의 모친은 훔친 재물을 운반한 장물죄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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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경기 부천시의 창고에서 현금을 압수하고 있다. 송파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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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등…풀리지 않은 의문들

경찰에 신고된 현금 액수는 68억으로, 압수된 현금만으로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40억원만 훔쳤다”며 추가 은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최초 신고 금액을 기준으로 추가 범행 여부를 계속해서 수사하고 있다.

A씨가 현금의 존재를 알게 된 계기도 불분명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조사에서 “업무를 보러 창고에 들렀다가 현금이 있는 것을 알게 돼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달 8일 해당 창고에 처음 출입했는데, 그때 현금을 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A씨가 다니던 창고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중간 관리직으로, 해당 창고에 방문할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범행에 앞서 8일과 10일, 그리고 범행 당일인 12일 창고에 출입한 것 모두 회사에는 보고되지 않았다. A씨가 창고를 찾기 전부터 현금의 존재를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경찰은 A씨에게 공범이 더 있었는지를 계속해서 수사하고 있다. 현재 경찰 수사망에 오른 것은 절도죄로 입건된 피해자의 지인 B씨다. B씨는 지난달 5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창고에서 돈을 가지고 오라’는 피해자의 지시에 따라 돈다발이 있던 창고를 드나들었다. 8일은 A씨가 범행 전 답사를 위해 창고에 간 날이기도 하다.

현재 A씨와 B씨가 공모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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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압수한 40억원 상당의 현금. 송파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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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거액 현금 다발’

거액의 현금이 대여형 창고에 보관돼 있던 점도 석연치 않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본인을 자영업자라고 소개할 뿐, 자금 출처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현재 압수한 현금을 보관하고 있으며, 피해금의 출처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이를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절도 사건에 집중해서 수사하고 있다”면서 “이 수사가 끝나면 피해금의 출처가 범죄 수익금인지 등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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