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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화)

고래가 똥만 잘 싸도 탄소 2.2억 톤 사라지는데...한국이 '실질적 포경국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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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남종영, '다정한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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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포경 업체인 '교도 센파쿠'가 도쿄 도요스 시장에서 지난달 주최한 행사에 고래 고기의 여러 부위가 전시돼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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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지구의 탄소 포집가다. 정확히는 고래 똥이 그렇다. 고래가 철, 인 등 영양분이 풍부한 똥을 싸면 그 자리에 식물 플랑크톤이 번성한다. 식물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탄소를 저장한 식물 플랑크톤은 해저로 서서히 가라앉아 쌓인다. 고래는 바다 깊은 곳에 있다가도 똥을 싸러 수압이 낮은 해수면 가까이로 올라오는데 이처럼 바닷속을 오르내리며 탄소격리량을 늘리는 행위를 '고래 펌프'라고 한다.

책 '동물권력'으로 지난해 한국일보 주최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을 수상한 남종영 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이 새 책 '다정한 거인'에서 "기후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인류가 저지른 무지막지한 포경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래서다. 존재만으로 탄소를 줄이는 고래가 포경 산업 활황으로 급감하면서 생태계가 기후위기를 자생적으로 해결할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말이다. 학계는 대형 고래의 개체 수가 포경 시대를 거치며 10분의 1로 줄어들지 않았다면, 고래가 똥만 싸도 매년 2억2,000만 톤의 탄소를 상쇄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20세기에만 대형 고래 290만 마리가 포경 산업으로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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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똥을 싼 자리에는 식물 플랑크톤이 번성하고,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머금은 식물 플랑크톤은 해저로 천천히 가라앉아 탄소를 격리시킨다. 곰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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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실질적 포경국가'로 불리는 한국 포경 산업의 실체도 다룬다. 국제포경위원회에 보고되는 밍크고래 혼획 개체 수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한국 연안에서 잡힌 것이다. 환경단체가 "그물에 우연히 걸려든 고래를 일부러 죽을 때까지 놔두거나 고래의 길목에 그물을 치고 기다리는 의도적 혼획을 의심"하는 이유다. 집행유예 또는 징역 1, 2년형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보다 경제적 이득이 훨씬 크기에 직접 고래를 잡는 불법 포경도 여전하다.

저자는 "고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말한다. 전례없는 기후위기를 목도한 인류는 고래를 경제적 자원으로 착취하는 것을 서서히 그만 두고 관계 재설정에 나섰다. 제주도는 지난해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이 시행되면 해상풍력발전소 공사로 서식지가 훼손될 때 고래가 후견인을 통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고래가 권리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고래와 인간 관계의 회복 시도가 너무 늦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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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거인·남종영 지음·곰출판 발행·452쪽·2만9,000원. 곰출판 제공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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