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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직원 절반이 급여 3억 이상 받았다…이 회사 구내식당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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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카페테리아(구내식당) 커리 코너에 인도식 카레 음식이 진열되어 있다. 실리콘밸리=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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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먹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다. 최근 넷플릭스 요리 대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엄청난 인기를 끈 이유도 이왕 먹는 거 좀 더 즐겁게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다는 본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짜 밥(Free Meal)’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기업복지로 꼽힌다. 전 세계 인재의 요람으로 떠오른 빅테크 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고 지키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눈을 돌렸다. 직원들이 회사 식당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면 업무 효율이 올라가고, 이직 시도도 줄일 수 있을 거라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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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건물 ‘보이저’. 우주선을 닮은 거대한 건물 내부에는 엘리베이터가 보이지 않는다.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서로 소통해야 한다”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철학에 따른 것. 실리콘밸리=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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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페이스북(현재 메타)과 구글이 24시간 무료 음식·간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트위터(현재 X)는 모든 사무실에 스낵바를 설치했다. 아예 미슐랭 스타 셰프를 고용해 최고급 요리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거나 생맥주 기계를 설치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생겨났다. 이에 자극받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지금은 실리콘밸리 기업 못지않은 수준의 구내식당을 운영한다.

물론 이 같은 복지가 영원할 수는 없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밥부터 끊기 때문이다. 최근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인텔이 가장 먼저 취했던 조치 역시 무료 식사·간식 제공 중단이었다.



엔비디아 구내식당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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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건물 ‘보이저’와 ‘엔데버’를 잇는 산책길. 실리콘밸리=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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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실제 속사정이 궁금하면 그 회사의 구내식당을 들여다보라’는 말이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황제’로 불리며 세계 최고의 직장으로 떠오른 미국 엔비디아 본사 구내식당을 들여다봤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거대한 우주선 모양의 엔비디아 본사 건물 ‘보이저’ 내부는 점심시간을 맞아 식사를 하러 모여든 임직원들로 붐볐다. 구내식당인 카페테리아를 비롯한 사무공간은 엔비디아 임직원과 사전에 허가를 받은 방문객만 들어올 수 있지만 거대한 돔 구장을 방불케 하는 본사 건물은 오가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엔비디아는 이 건물을 짓기 전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상의 건물을 만들어 창문 숫자에서부터 실내에 배치할 식물 위치까지 모두 시뮬레이션 해본 후 실제 공사에 돌입했다고 한다. 건물 내에서는 엘리베이터가 보이지 않는다. “직원들이 서로 돌아다니며 소통해야 한다”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주문에 따른 것. 엔비디아 본사에는 여전히 젠슨 황의 개인 집무공간이 따로 없다. 구성원들은 대부분 계단이나 경사로를 이용해 산책하듯 걸어서 사무실 이곳저곳을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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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카페테리아(구내식당)에서 배식받은 인도식 커리와 망고 라씨(인도 전통 요구르트). 실리콘밸리=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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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위치한 거대한 카페테리아에서는 화덕에 구운 피자에서부터 햄버거, 샐러드, 셰프가 직접 만들어주는 초밥까지 10여 종류의 전 세계 음식이 구획별로 진열돼 있었다. 메뉴는 매일 바뀌며 가끔 한식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이곳에서 시중에 비해 절반 수준 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인도계 직원들이 많기 때문인지 한가운데 위치한 커리 코너에서는 솥뚜껑이 달그락거리며 인도식 카레 향이 피어올랐다.



엄청난 대우 뒤엔 ‘끝없는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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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임직원이 회의실에 모여 업무미팅을 진행 중이다. 실리콘밸리=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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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테리아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했지만 점심시간이 마냥 여유로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앉아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카페테리아 바로 옆 회의실에서는 치열한 토의가 이어지고 있었고 사무실 곳곳에는 식사를 건너뛰고 자리에 앉아 업무에 열중하는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임직원들이 받는 대우를 보면 이견의 여지없이 세계 최고의 직장 중 하나다. 엔비디아는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기업과 마찬가지로 급여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2019년 이후 주가가 3700% 넘게 오르며 직원의 20% 이상이 100만 달러(약 13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직원 절반이 우리 돈 3억 원 이상의 급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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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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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엔비디아 직원의 일상은 치열하고 처절한 경쟁의 연속이다. 뭍밑에서 쉬지 않고 발버둥 치는 백조처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직급에 관계없이 상당수 임직원이 새벽까지 일한다. 주5일은커녕 1주일 내내 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최근 “엄청난 근무 시간과 집중적인 회의, 끝없는 기대, 세세한 관리가 이어지며 엔비디아 내부가 마치 ‘압력솥’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황 CEO는 지난 4월 비공개 행사에서 “직원들을 고문하여 훌륭한 성과를 내는 방식을 즐긴다”며 농담처럼 말했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농담이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래도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과 확실한 대우에 회사를 떠나는 사람은 없다. 최근 엔비디아의 이직률은 2.7%를 기록하며 반도체 업계 평균 이직률(17.7%)을 한참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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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실리콘밸리=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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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가득 채운 팽팽한 긴장감 덕분일까. 전 세계의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꺾겠다’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AI 칩 왕좌의 주인은 좀체 바뀔 기미가 안 보인다. 엔비디아는 지난 7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탈환했다. 11일 이 회사 가치는 3조3068억 달러(약 4463조원)를 기록하며 코스피 전체 시총의 두 배를 넘어섰다.

실리콘밸리=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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