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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北 "한국 무인기 평양서 삐라 살포" 사진 공개…軍 "확인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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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이 11일 저녁 ‘중대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이 공화국 수도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삐라(대북 전단)'를 뿌리는 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비열하고 저급한 오물 풍선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한국에 무인기 침투 등 군사 보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오후 8시 25분쯤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주권 사수, 안전 수호의 방아쇠는 주저 없이 당겨질 것이다'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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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대북전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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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은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한민국의 도발 책동이 위험 계선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 대한민국이 공화국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 군사적 도발 행위 감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이라고 시간을 특정해 "(한국이)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 많은 정치 모략 선동 삐라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검은 하늘에 하얀 형태로 찍힌 무인기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 오른쪽 하단에는 '10월 9일 오전 1시 13분 46초'라는 시간이 찍혀있었다. 거둬들인 '삐라' 묶음은 흐릿하게 처리했으나 김정은 정권에 대한 비판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외무성은 “국경 지역에서 기구에 의한 삐라 살포 행위를 감행하는 것도 모자라 군사적 공격 수단으로 간주될 수 있는 무인기를 수도상공에 까지 침입 시킨 사건은 절대로 묵과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중대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전단 살포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엄중한 군사적 공격 행위”라면서다.



北"영공 침범사건, 보복 행동 결행 준비"



외무성은 이번 일을 “영공 침범 사건”으로 규정하고 “엄중한 범죄행위이며 자위권 행사의 명백한 대상”이라고 했다. “수도권 상공에 적국의 무인기가 돌아치는데 반응하지 않을 국가는 세상에 없을 것”이라면서다.

이어 "적들의 도발 행위는 보복 행동 결행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을 긴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국방성과 총참모부, 군대의 각급은 사태 발전의 각이한 경우에 대응할 준비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남부 국경선 부근과 대한민국의 군사 조직 구조를 붕괴시키는 데 인입(투입)되는 모든 공격 수단들은 임의의 시각에 즉시 자기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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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은 “우리는 대한민국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최후통첩으로서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쌍방 간 무력 충돌과 나아가 전쟁이 발발될 수 있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도발행위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아쇠의 안전장치는 현재 해제돼 있다. 공격시기는 우리가 정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외무성의 성명 발표와 거의 동시에 북한은 접경 지역에서 쓰레기 풍선을 내려보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28일 첫 풍선 부양 이후 이번에 28차례 부양이다. 11일 새벽에서 오전까지 40여개의 쓰레기 풍선(27차 부양)을 살포했다.

만약 북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남북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실제 '보복 행동'을 북한이 예고한 이상 남측 영토에 대한 무인기 침투 등 군사적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軍 "그런 적 없어"→"사실관계 확인 못 한다"



이와 관련 국방 당국은 "군의 무인기 침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9시 45분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주장 여부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비열하고 저급하며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오물 및 쓰레기 풍선 부양 등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게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어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만약 어떤 형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하고 처절하게 응징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다만 북한 외무성이 성명을 발표했을 때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군사법원의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김 장관은 ‘한국이 북측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사실이 있느냐’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질의를 받고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국감이 진행되던 오후 9시쯤 자리를 떴다가 50분쯤 돌아온 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합참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북한 내부 소행일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대북 민간 단체? 北내부 소행?



국내 전문가들은 군 당국이 아닌 민간 단체가 무인기 침투를 시도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영남일보는 지난해 1월 무인기 동호회 회원 A씨가 강원도 고성에서 띄워 북한 금강산 일대를 비행하면서 촬영했다는 내용과 A씨가 직접 제작한 무인기의 모습을 공개했다. 배터리 용량만 충분하다면 평양까지도 촬영할 수 있다는 게 국내 무인기 동호회 회원들의 주장이다. 또 지난 4월에는 중국 민간 드론이 북중 국경을 넘어 신의 주 영공에서 촬영한 영상이 소셜미디어(SNS) 상에 공개되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단 최후 통첩의 형식으로 남측에 강력한 경고를 내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간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사소한 오해나 오판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방부의 대응에 따라서 실질적인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北 떠보기에 軍도 모호한 '심리전'



다만 "중대한 군사적 도발", "최후 통첩"을 외교 문제를 담당하는 외무성이 발표한 것은 북한도 정확한 사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규정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에 따라 외무성이 전면에 나섰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국방성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는 건 한국 측 반응을 지켜본 뒤 실제 행동 여부에 나서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북측도 남측 정부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확신하지 못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무성이 "또다시 무인기를 영공에 침범 시킬 때에는 두 번 다시 경고는 없을 것이며 즉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거나 "우리의 마지막 경고마저 새겨 듣지 않고 계속되는 도발을 감행할 때에는 끔찍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한 대목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에는 구두 경고하지만, 무인기 침투가 계속될 경우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합참이 군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도 북측의 이런 '떠보기'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시킬 타이밍은 아닌데 이런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봤을 때 심각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외무성 성명 형식으로 발표했다는 것은 일단 경고의 성격으로 볼 수 있는데 군사적 대응 태세를 열어놨다고 한 만큼 긴장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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