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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전격 인상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과열 경고와 투자자 피해 우려 표명에도 재차 가격을 올리며 경영권 수성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MBK파트너스·영풍은 기존 발표대로 공개매수가를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1일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우군인 베인캐피탈을 포함한 자사주 매수 물량도 기존 최대 372만6591주(18.0%)에서 최대 414만657주(20.0%)로 확대했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계열사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도 기존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매수 예정 수량은 기존 25%에서 35%로 늘려 157만5000주를 추가로 인수하기로 했다. 이날 최 회장과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이 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최 회장 측은 일가가 보유한 영풍 주식 매각과 백기사 확보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이날 최 회장 일가는 영풍 주식 1.6%를 장내 매도해 약 98억원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최 회장 일가는 대항 공개매수를 공식화한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4영업일간 영풍 주식을 주당 33만~37만원에 매도했다. 최 회장 일가의 영풍 보유 지분율은 기존 24%에서 22.4%로 낮아졌다. 또한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는 과정에서 티케이지태광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티케이지태광은 고(故) 박연차 회장의 장남인 박주환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날 제리코파트너스는 티케이지태광으로부터 200억원을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열에 대해 경고하면서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는데도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가를 인상한 것은 기존과 동일하면 공개매수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한 가격이라면 먼저 끝나는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충분히 응한 뒤 나머지 물량을 고려아연에 파는 것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 인상과 함께 최대 매수물량을 20%로 늘린 것은 사실상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을 전부 흡수해 공개매수 전후 주가 급등락에 따른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이후 변동성 높은 주가에 따라 일부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유통되는 고려아연 주식 물량 전부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MBK·영풍은 지난 9일 발표한 것처럼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대로 고려아연은 83만원, 영풍정밀은 3만원을 고수하기로 했다. 또한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경쟁을 다시 촉발해 회사에 손해와 부담을 더욱 키웠다고 비판했다.
MBK는 입장문에서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고려아연 이사회가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면서 총매수 규모가 기존 약 2조7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증가하는 결정을 감행했다"며 "이러한 결정은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규모 차입 방식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고려아연에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MBK·영풍은 세금과 공개매수 물량을 고려할 경우 여전히 유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면 15% 안팎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반면 MBK·영풍 측의 공개매수에 응하면 배당소득세뿐 아니라 양도소득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내국법인은 주당 금액이 더 높아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실수령액이 크다"며 "외국법인도 특수한 조세피난처 국가 등에 소재한 경우를 제외하면 고려아연이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영풍정밀의 경우에도 MBK는 전체 유통 물량을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반면, 최 회장 측은 지분 35%만 추가 확보할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해 불리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고려아연 경영권 경쟁 과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우려가 표명된 만큼 양측이 물밑 접촉을 통해 극적으로 화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양측이 마지막 패를 다 던진 상태이고, 금융당국이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시한 만큼 이르면 주말께 모종의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싸고 카카오와 하이브의 공개매수 경쟁이 과열됐지만,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른 적이 있다.
[오대석 기자 / 조윤희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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