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2 (토)

K문학까지 세계 정상에 … 이제 노벨과학상 남았다 [사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적은 벼락처럼 왔다.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이 세계의 중심으로 솟구쳐 오른 것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작가의 날카롭고도 따뜻한 응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역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큰 성취이자, 노벨상 시즌만 되면 작아졌던 국민들이 '노벨상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한강은 5·18 광주를 그린 '소년이 온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육식을 거부하는 여성의 이야기 '채식주의자' 등에서 역사적 사건과 폭력의 편재성, 소수자의 수난에 천착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면서도 시적인 소설"이라고 선정 사유를 밝혔는데, 그의 작품 세계를 꿰뚫은 것이다.

노벨문학상의 쾌거는 하루아침에 뚝딱 이뤄진 게 아니다. 좁은 한국 무대를 박차고 세계로 뻗어나간 K컬처의 도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만들어진 성공이다. K팝의 대표주자 방탄소년단, 오스카를 휩쓴 K무비 '기생충', K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축적된 K콘텐츠의 힘이 폭발한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K콘텐츠의 보편성이 통한다는 것이 다시 입증된 셈이다. 번역의 숨은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가 한강의 작품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상을 수상하면서다. 좋은 번역이 노벨문학상의 단초가 된 것이다. 뛰어난 K콘텐츠가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면 번역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노벨상 쾌거는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과학 분야에서는 아직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25명, 중국은 3명의 과학 분야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국이 노벨과학상의 불모지가 된 배경에는 척박한 연구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 기초과학 지원 부족, '돈 안 되는' 장기 연구 홀대, 경직된 연구문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이공계 기피와 의대 선호 현상도 악재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AI) 분야 연구자들이 노벨과학상을 휩쓸었다. 창의성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빛을 본 것이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노벨과학상에 대한 큰 기대와 과제를 남겼다. 실패를 수용하고 혁신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연구 풍토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노벨과학상도 결코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