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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한강에 주목하는 중국…"노벨상에 독서 붐 일으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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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1일 중국 베이징시 중심가 한 서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작품 코너. 전날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서점 한 가운데로 재진열했다. 사진 이도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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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선구자”

11일 중국 베이징시 중심가 첸먼(前門)에 위치한 한 서점이 마련한 한강(53) 작가의 작품 코너에 쓰인 글귀다. 그 옆으론 “한국이 반드시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해야 할 한국 여성의 사상”이라는 설명을 덧붙었다.

서점 마케팅 매니저인 류디(劉迪)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자마자 도서 배치를 바꿨다”면서 “한국 문학 코너에 있던 한강 작품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강의 작품은 시적이면서도 역사를 직시하고 내면 묘사도 뛰어나다”며 “중국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작품이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중국에서도 널리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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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시 중심가 왕푸징의 한 서점에 진열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중국어판. 사진 이도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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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 다른 베이징 중심가 왕푸징(王府井)의 한 서점에선 한강 작품이 모두 동났다.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 ‘내 여자의 열매’, ‘흰’ 등 10여 개 작품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어판으로 번역돼 서점에 진열됐다.

이 서점 관계자는 “재고가 많지 않았는데 그나마 있던 책들은 노벨문학상 수상 뉴스가 나온 뒤 다 팔렸다”면서 “만약 구매를 원한다면 인터넷으로 예약하라”고 안내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서점인 '당당'(當當)과 '징둥'(京東)에서도 한강 작품은 재고가 없어 모두 예약판매만 가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내 여자의 열매’를 구매한 한 중국 독자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도록 하는 책”이라는 서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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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온라인서점 징둥에 올라온 한강 작가의 작품이 모두 '예약 판매' 상태로 바뀌어 있다. 징둥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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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매체들도 한강을 조명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한강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됐다고 보도하면서 “실험적인 시적 산문의 개척자”라고 선정 이유로 설명했다. 상관(上觀)뉴스는 “1970년대생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깜짝 수상했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근래 보기 드문 젊은 수상자이자 한국 문단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작가”라고 평했다. 이어 한강의 작품들에 대해선 “최근 가장 대중적인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시장에 독서 붐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펑파이(澎湃)신문은 ‘채식주의자’ 중국어판의 담당 편집자 웨이판(魏凡)의 글을 실었다. 그는 “영문판으로 접한 ‘채식주의자’에 큰 감동을 하여 번역을 진행했다”면서 “작품 분위기를 살릴 표지를 제작하는 데도 큰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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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국 베이징시 중심가 한 서점에 놓인 한강의 '채식주의자' 중국어판. 옆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한 중국 매체 기사가 붙어있다. 사진 이도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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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등 4개 작품이 번역된 대만에서도 이번 수상 소식을 주목했다. 대만판 출간을 맡은 방랑자문화사(漫遊者文化) 편집장 리야난(李亞南)은 “레이아웃이 폭넓고 플롯은 복잡한 게 한강 작품의 특징”이라며 “독자들이 한 번에 읽기보단 한 자 한 자 음미하면서 읽는 걸 추천한다”고 인터뷰했다.

한편, 중국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노벨문학상을 놓고 한강과 경쟁하던 중국 작가 찬쉐(殘雪·71)의 수상 불발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찬쉐는 현대 문학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아왔다.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lee.dos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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