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물가 안정돼 불필요한 긴축 수준”
내수 살리기용 해석 경계
가계부채 증가세 우려 여전
“금융안정보다 내수 부진에 무게” 평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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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1일 3년 2개월만에 통화 긴축 정책을 끝낸 배경에는 ‘내수 부진’이 깔려 있다. 물가는 이미 1%대까지 내려와 안정세를 찾았고, 미국도 금리를 인하한 상황에서 긴축적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금통위가 불과 두달전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하며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을 고려하면 금융안정 위험이 가라앉았다고 볼 수 있는지 물음표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번 금통위 결정에는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등장했다. 금통위는 집값과 부채 영향을 확인하면서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해 11월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낮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국 한은에서 금통위를 마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가와 환율 등 금리인하 ‘여건’부터 언급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미국도 금리를 인하하면서 환율 부담도 다소 완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 동월대비 1.6%에 그쳤다.
금통위는 이날 금리인하의 명시적 배경으로 내수 부진을 들지 않았지만 에둘러 거론했다. 정부·여당 압박에 의한 경기부양용 금리인하가 아니라고 강조한 모양새다. 이 총재는 “국내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8월에 비해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경제성장률 자체도 잠재성장률에서 크게 높지 않은 수준으로 불필요하게 기준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긴축적인 수준으로 갈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수를 살리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주장에는 “1년 뒤 평가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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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계부채 증가 여부다. 지난 8월 금통위는 가계부채 급증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9월 가계부채가 정책 효과에 따라 줄었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주택담보대출은 2~3개월 전의 주택 거래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9월 아파트 거래량이 7월의 2분의 1 수준이며,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도 8월의 3분의 1 수준이었다”며 “정부의 거시 건전성 대책 강화한 이후에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의 불씨가 완전히 잡혔다고 보기는 이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9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35조7000억원으로 8월말보다 5조7000억원 늘었다. 급증했던 8월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1년전보다는 높은 수치다. 9월에는 추석연휴가 끼어 있어 주택 거래가 일시적으로 줄었을 수도 있고,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던 유동 자금이 앞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 소수 의견이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장용성 위원은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 이르고, 취약계층과 자영업자가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성장세 전체로 볼 때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동결하자’고 의견을 냈다.
다만, 올해 안에 금리를 추가로 더 내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면서도 “금리를 낮춰가는 속도는 금융 안정 속도를 보면서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가 미칠 영향을 살펴보며 앞으로 방향을 정하겠다는 의미다. 향후 3개월 후 금리와 관련해서도 금통위원(총재 제외) 6명 중 5명은 현재 3.25% 유지가 적절하다고 했고 한명만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다.
이윤수 서강대 교수는 “궁극적으로 주택 대출 수요를 낮추는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 우려는 여전하다”며 “금통위는 금융 안정성을 강조했음에도 결론은 내수 부진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 [속보]한은 기준금리 0.25%p 인하…3년2개월만에 방향전환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10110950001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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