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부터 한강 작품 구매 위해 서점 앞 진풍경
교보문고, 한강 작품 ‘품귀 현상’에 퀵 배송 시키기도
책 5~10권 구매 릴레이…“한강 책 왔다” 환호성도
한강 작품 판매량, 노벨상 수상 전날 대비 451배 ↑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앞에 전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소설가의 작품을 사기위해 시민들이 줄 서 있다. 김용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교보문고 입사한 이래 이렇게 책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건 처음 봅니다. 지금도 계속 한강 작가의 작품을 외부에서 퀵으로 배송받고 있습니다.”
11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만난 직원 40대 양모 씨의 말이다. 아시아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작품에 대한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서울 주요 서점 앞은 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서점 ‘오픈런’을 하는가 하면, 대형서점 온라인 몰은 서버가 마비되는 등 관심이 뜨겁다.
헤럴드경제가 찾은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이날 오전 8시경부터 한강의 작품을 사기 위해 시민들이 출입문 밖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풍경이 포착됐다.
오전 9시 30분 서점 문이 열리자, 시민들은 특별 코너에 마련된 한강의 작품들을 구매했고, 비치된 재고는 순식간에 동났다. 노벨문학상 발표가 나온 전날 오후 8시부터 서점에 비치된 200여 권의 책이 대부분 팔려 오픈 당시 몇 권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보유했던 마지막 3권 가운데 한강의 서적 ‘채식주의자(영문본)’를 사간 직장인 A씨는 “교보문고가 열리자마자 일단 책을 집어서 샀다. 그런데 이게 마지막 책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출장 중 잠깐 들른 건데 행운아가 된 기분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너무 축하드린다”고 덧붙였다.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축하하는 매대가 마련되어있다. 다만 책은 재고가 없어 매대가 텅 빈 모습이다. 김용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교보문고가 보유했던 재고 책자가 모두 팔려 책을 구매하지 못한 시민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책을 퀵으로 배송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설명했다. 10시께 빈 매대 앞을 서성이던 대학생 박모(23) 씨는 “이렇게까지 책이 하나도 없을 줄은 몰랐다”라며 “당근마켓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노벨상 패키지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B(17) 군은 “한강의 책을 사고 싶어서 교보문고 여는 시간에 맞춰서 왔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아쉽다. 당장 사서 읽고 싶다”고 말했다. 이른 시각 교보문고를 찾은 또 다른 자영업자 C씨는 “텅 빈 매대를 보니 당황스럽다. 아직 운영하는 가게 열 시간이 아니라서 미리 왔는데 책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서점 측은 약 1시간 뒤 한 작가의 작품들(작별하지않는다·흰·검은 사슴·희랍어 시간·한강디에센셜)로 코너를 가득 채웠다. 책이 입고되자 사람들은 “한강 책 왔다” 환호성을 내지르며 몰려들었고, 대부분이 비치된 한강 작품 책 5권을 모두 구매하는 진풍경을 보였다.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 여러개를 구매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김용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책 구매에 성공한 이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책 구매 장소에서 만난 류모(29) 씨는 “책에 관심 없었는데, 노벨상을 우리나라에서 받았다고 하니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왔다”라며 “줄 서서 책 사는 건 난생처음”이라며 웃었다. 직장인 김모(47) 씨는 “평소에도 한강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데, 노벨상을 탄 기념으로 소장하려고 짬을 내서 왔다”라며 책을 구매했다. 김 씨는 한강 작품의 책을 2권씩 총 10권을 구매하며 양손 가득 한강 작가의 작품을 들고 돌아갔다.
이날 교보문고에는 특히 출판·서점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방문이 많았다. 인천에서 한강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한 80대는 “신춘문예로 등단한적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드디어 노벨상을 탔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다”라고 했다. 그는 책을 들고 교보문고 한편에서 작품을 정독하기도 했다.
국문과를 졸업했다는 정모(37) 씨는 “드디어 한국의 소설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낀다”라며 “이번 기회로 다른 한국의 뛰어난 소설들도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이후 잠시 한가하던 교보문고 내부는, 한강 소설가의 대표작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가 입고되자 재차 장사진을 이뤘다.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검색한 모습. 김용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교보문고 종로점 문학파트장은 “일을 하면서 서점에 오픈런이 있었던 적은 거의 처음”이라며 “노벨 문학상으로 인해 사람들이 책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 기쁘다. 재고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교보문고는 이날 오후 한강 작가 기획 부스를 전시할 예정이다.
서점계는 한강의 노벨상 열풍에 기쁨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한강의 작품들이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밤 노벨상 수상 발표 이후 반나절 만에 양대 서점인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만 13만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한강의 작품은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전날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6만부가량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노벨상 수상 전날 대비 판매량이 451배 증가한 수치다.
주요 서점 사이트의 실시간 베스트셀러 순위는 한강 작품으로 줄을 세웠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의 실시간 베스트셀러 1~10위까지 모두 한강 작품이다. 대부분 도서는 재고가 소진돼 모두 예약 판매로 진행되고 있다.
brunch@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