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갭투자 금융비용 감당 가능한지 고려하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수도권 집값 상승에 베팅하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는 차주)들에 "기준금리 0.5%로 돌아갈 가능성은 적다"며 다시 한번 경고장을 날렸다.
이 총재는 11일 기준금리를 38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하한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이) 미국처럼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내릴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0% 이상 올랐고 금리를 5%포인트 이상 높였다"며 "그러니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른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금리를 3% 올렸다"며 "우리도 0.5%포인트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없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끌족을 향해 "갭투자를 하고 싶으면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시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관련해서 중장기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어떤 대출이든 자기 능력에 맞게 돈을 빌리는 게 중요하다"며 "DSR 규제가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있으니 가계대출 상황을 보고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은행권이 대출 금리 인상으로 주담대를 억제하는 데 대해서는 "엇박자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은행들의 포트폴리오 70~80%가 부동산으로 쏠려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수도권 집값이 급등한 지난 8월 금통위 당시 기자간담회에서도 "현재 금통위원은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영끌족에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해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분들은 자기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8월 금통위 이후 꾸준히 수도권 집값 급등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후 정부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 정책을 시행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8월(9조6259억원)보다 증가 폭이 약 4조원 정도 줄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현 3.5%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종료된 것이다.
아주경제=서민지·장선아 기자 vitaminji@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