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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오픈런해도 못 구해…“페미니즘·비건·5.18, 한강의 모든 수식어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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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을 사려는 시민들이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본점 입구에 길게 줄 서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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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는 지금은 없네요.” “저희도 최대한 준비했는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10시에 조금 더 들어옵니다”



11일 아침 9시30분, 서울 시내 대형서점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문을 열자마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책을 찾는 독자들의 다급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서점이 문 열기만 기다렸다’는 독자의 하소연과 빗발치는 전화 재고 문의에 난감한 표정을 짓던 서점 직원들도, 작가의 수상 소식 이야기엔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라며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전날 저녁부터 이날까지 독자들은 ‘한강의 글’을 찾아 온라인·오프라인 서점과 도서관을 순례했고 서점 직원들은 출판사로 내달렸다. 이수경 영풍문고 종각종로본점 점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한강 작가 수상은) 서점에서 30년 일하면서 겪은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는데, 동시에 ‘책 물량 어떻게 하지’ 생각이 퍼뜩 들었다”며 “출판사들에 전화를 돌리다가 자정부터 1시까지 직원들이 출판사로 직접 찾아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 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일찌감치 동났다. 예스24나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 누리집은 전날 밤 주문이 한꺼번에 몰려 한때 접속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강 작가의 책을 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서점으로 달려간 이유다. 한강 작가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등을 펴낸 출판사 창비 관계자는 “원래 있던 재고는 어제 모두 품절됐다”며 “제작사가 밤에 일하긴 어려워서 오늘 아침부터 급히 제작하는데, 책을 찍어내는 데 얼마나 소요될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 서점들은 ‘15~16일 이후 배송 예정’이라고 배송일정을 공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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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본점에서 전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서점 내 책 재고분이 오전 일찍 모두 팔려 매대가 비어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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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본점에서 직원들이 전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을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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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광화문점 앞에는 개장을 기다리며 줄을 섰던 시민 20여명은 서점 문이 열리자마자, 도서검색대 앞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양명숙 교보문고 광화문점 문학파트장은 “어제 저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강 작가 책만 200권 정도가 나가 아침에 물량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책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알리는 푯말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서점 오픈런에 나선 강아무개(33)씨는 “아시아 여성, 페미니즘과 비건,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등 작가를 설명하는 모든 수식어가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출근 전에 빨리 책을 사려고 왔다”고 말했다. 김아무개(62)씨는 “미국에 살고 있는데 출국 전에 왔다”며 “5.18이나 4.3을 다룬 한강 작가 책들을 아이들한테 읽히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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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본점에서 시민들이 전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을 구매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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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날 아침부터 기다린 끝에 서점에 남아있던 책을 구한 시민들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소년이 온다’를 집어 든 한 시민은 “서점 문 열리기 1시간 전에 와서 3번째로 줄을 섰는데, 남아있는 ‘소년이 온다’ 3권 중 하나를 구했다. ‘채식주의자’는 못 샀지만, 이 책이라도 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작가의 책을 찾아 도서관을 향한 시민도 적잖았다. 서울 종로도서관 관계자는 “9시에 문을 여는데 8시40분부터 시민 대 여섯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대출 중인 책은 온라인으로 예약 신청을 할 수 있지만 그마저 다 차버렸다”며 “도서관 근무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경기 부천 별빛마루도서관을 찾았다는 김하경(28)씨는 “한 두권은 있겠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완전한 착각이었다”며 “한강 작가를 포함한 여성들이 공유하는 감정은 한 궤를 그리고 있는 것 같아서 작가의 수상이 생판 모르는 남의 성공처럼 여겨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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