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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고려아연, 매수가 또 상향…다가오는 '법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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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회장, '89만원' 인상 마지막 승부수
18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첫 심문


더팩트

경영권을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 파트너스의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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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에 대응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매수가를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모양새다.

고려아연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취득을 위한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최 회장 측 특수목적법인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 가격도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올렸다.

고려아연 주식 취득 예정 수도 기존 320만9009주(15.5%)에서 362만3075주(17.5%)로 늘었다. 규모는 기존 2조6635억원에서 3조2245억원으로 증가했다. 위탁중개업자는 기존 미래에셋증권에 KB증권을 추가했다. 우군 베인캐피탈 측은 기존대로 51만7582주(2.5%)를 확보한다.

이는 영풍·MBK 연합이 지난 4일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상향한 것에 대응한 승부수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3일부터 진행하는 공개매수 가격을 66만원에서 같은 달 26일 75만원으로 올렸다. 이후 최 회장 측이 반격에 나서자 83만원으로 올렸다.

영풍·MBK 연합은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도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다시 3만원으로 올렸다. 영풍그룹 펌프·밸브 제조 계열사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로 평가받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9일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영풍·MBK 연합은 "현재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이며, 기존 주주에게 상당한 프리미엄을 제공해 드리는 가격"이라며 "가격 경쟁은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이 과열된 경영권 분쟁에 경고까지 한 상황에서,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가격 상향은 경영권 사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 공개매수가 오는 14일 종료될 예정이라 기간상 불리한 만큼 가격 인상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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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을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 파트너스의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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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가 이익을 저울질하는 동안 영풍·MBK 연합은 오는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심문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결과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일인 23일 이전인 21일 또는 22일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은 9일 "고려아연 측 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재판에서 반드시 승소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라며 "중요한 것은 차입방식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인해 고려아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자사주의 경우 취득 후 6개월이 지난 뒤에 처분할 수 있어, 공개매수 종료 후 주가가 이전 시세(주당 55만원 대)로 회귀하는 경향을 고려하면 매입 시 취득한 주식 가치는 50%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4일에는 "자사주 취득을 위해서는 주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임의적립금 사용 목적 전환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 독단적 결정만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은 절차상 위법"이라는 가처분 신청 취지를 추가하기도 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이미 자사주 매입은 문제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지난 2일 영풍이 신청한 최 회장 측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사 충실의무 위반이나 선관주의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법원 판단은 향후 양측이 고소·고발한 '형사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반면 최 회장 측 영풍정밀은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 부회장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최 회장 측이 89만원까지 매수가를 상향하면서 '승자의 저주'는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양측 출혈 경쟁으로 회사 자금력이 약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 회장이 취임 이후 의지를 갖고 추진해 온 '트로이카 드라이브'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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