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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역대급 긴축' 나서는 프랑스…증세로 세수 28.5조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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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안 초안 공개

대규모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 정부가 결국 역대급 긴축에 나선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413억유로(약 60조9600억원) 수준의 공공지출을 삭감하는 한편, 대기업·부유층을 대상으로 세금을 인상해 193억유로(약 28조5000억원)가량 추가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하로 재정적자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헝 의회(Hung Parliament)’ 교착 상태에서 이번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오랜기간 지지해온 친기업 정책에서 벗어난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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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2025년 예산안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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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단일 긴축조치" 프랑스 예산안 초안 공개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프랑스 새 내각은 10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의 2025년도 예산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번 예산안에는 내년 한 해 동안 공공지출 삭감, 증세를 통한 추가 세수 확보 등을 통해 600억유로 규모로 재정을 개선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는 프랑스 연간 GDP의 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바르니에 총리는 "우리의 재정적자는 심각하다"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희생할 수 없다. 그들에게 떨어지게 될 부도수표를 계속 쓸 수는 없다"고 긴축 예산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프랑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413억유로의 지출을 삭감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기업이 블루칼라 비숙련 근로자들을 고용하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160억유로)을 폐지하는 한편, 인플레이션에 따른 연금 인상 시점도 기존 1월1일에서 6개월 연기한다. 의약품 구매 보조금, 단열재 및 전기차 구매 녹색 보조금, 해외원조예산 등도 삭감했다. 공무원 수도 감축하기로 하며 수천명의 해고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는 프랑스 현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긴축조치"라며 "가장 큰 조치는 공공지출 삭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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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도 예산안 발표하는 앙투안 아르망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오른쪽)과 로랑 생마르탱 예산 담당 장관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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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부유층에 한시적 증세
이번 예산안에는 일찌감치 예고됐던 증세 조치도 포함됐다. 증세에 따른 추가 세수 규모는 총 193억유로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는 매출액 10억유로 이상인 대기업들의 2024년, 2025년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한시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매출액 10억유로∼30억유로 기업에 법인세를 20.6% 할증하고, 30억유로 이상 기업엔 41.2% 할증한다. 한시적 법인세 여파를 받는 기업은 약 400곳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상위 0.3% 초고소득자에 대한 일회성 세금도 부과하기로 했다. 1인 가구의 경우 소득 연 25만유로, 자녀가 없는 부부의 경우 50만유로를 초과하는 납세 가구에 대해 최저 소득세율을 20%로 조정한다. 이를 통해 총 6만5000가구로부터 올해 20억유로가량이 확보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이는 올해분 소득에 대한 과세부터 시작해 2026년 소득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일정 기준 이상으로 공해를 유발하는 신차에 부과되는 환경세는 7배로 인상된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항공권, 개인용 제트기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프랑스는 항공편 당 2.6유로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 독일보다는 낮다고 정부 관계자는 덧붙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0%대 수준까지 낮춰졌던 전기세 역시 기존보다 높은 수준으로 복원될 예정이다.

허리띠 졸라매는 프랑스, 왜?
프랑스가 이처럼 대대적인 긴축에 나서는 배경에는 유럽 내에서도 특히 높은 수준인 재정적자가 존재한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GDP 대비 5.5%에 달했으며 현 추세라면 올해 6%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왔다. 상황이 좀처럼 완화되지 않자, 지난 6월에는 EU가 재정적자가 과도하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EU는 한 회원국의 재정이 악화할 경우 다른 회원국에도 여파를 미친다는 점에서 각국의 부채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60%, 3%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해당 회원국이 EU 규정에 따른 예산 수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벌금 등도 물리고 있다.

이에 따라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은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재정적자 규모를 5%이하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2029년까지 EU 규정인 3%까지 맞춰가기로 했다. 로랑 생마르탱 재정경제부 예산담당 장관은 "과도한 지출로 (재정적자가) 악화됐으므로, 지출을 줄여서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하는 600억유로의 노력은 전례 없는 규모"라며 "나중에 고통스러운 선택을 피하려면 지금 용기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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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새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7월 조기총선 이후 프랑스에서는 어느 정당도 단독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헝 의회가 구성되면서, 정치적 교착이 이어지고 있다. 차기 총리직 인선을 두고서도 두달여간 난항을 겪었을 정도다. 이 상황에서 이번 예산안 통화는 바르니에 내각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예산안이 자칫 성장 저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는 "증세 조치가 너무 많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들은 공공지출 삭감뿐 아니라 증세 측면에서도 전기세 인상 등의 내용이 포함된 만큼 기업, 부유층 외 모든 납세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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