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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순천 살인' 박대성 신고한 시민 "악마를 본 듯...이틀 동안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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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고 당시 통화에 박대성 음성 담겨
"거짓말이에요" 끼어들거나 "헤헤" 웃음도
손수호 변호사 "살해 뒤 웃음 의미 밝혀야"
한국일보

지난달 26일 전남 순천시 조례동의 한 거리에서 10대 여성 청소년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대성(30)이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순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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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의 한 길거리에서 일면식이 없는 1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박대성(30)이 범행 1시간 뒤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려는 시민을 향해 웃거나 장난을 치는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JTBC는 10일 범행 1시간 뒤쯤 박씨의 음성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보도했다. 박씨는 지난달 26일 전남 순천시 조례동의 한 거리에서 귀가하던 A(17)양을 흉기로 살해한 뒤 2시간 가량 거리를 배회했다. 그러다 범행 현장에서 1㎞ 떨어진 지점에서 시민 B씨에게 행패를 부렸는데, B씨가 경찰에 박씨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박씨의 음성이 통화 녹취에 담겼다.

B씨가 112에 전화를 걸어 "여기 가게에 행패 부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자, 박씨는 "거짓말이다"라며 끼어들었다. B씨가 재차 경찰에게 출동할 위치를 알려주자 "거짓말이에요. 네,거짓말이에요"라고 말했다. 박씨는 "헤헤"하며 장난치듯 웃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일보

전남경찰청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살인 혐의로 구속된 박대성(30)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전남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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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서야 박씨가 A양을 살해한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놀랐다. 이틀 동안 울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B씨는 "(박씨가) 왜소해도 그 몸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 눈빛이 무서웠다. 그냥 악마를 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앞서 박씨가 범행 현장을 벗어나면서 미소를 짓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겨 범행 동기와 관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장사도 안 돼 소주를 4병 정도 마셨다. 범행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씨의 △범행 동기△살해 뒤 웃은 행동의 의미 △정신질환 여부 △음주량 △범행 대상 물색 과정 △경찰 대응 과정 등이 이번 사건에서 풀려야 할 의문점이라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머그샷(체포된 범죄자를 촬영한 사진)을 보고도 미소를 느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 표정이 원래 이렇겠지, 잘못 찍혔겠지'라고 생각했는데, CCTV에 포착된 씩 웃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살인 후 보여준 웃음을 비롯한 행동들을 보면 굉장히 좀 이상하다"면서 "특히 살인 후에 극도의 흥분, 만족감 또는 자포자기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박씨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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