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리인하 시가 주가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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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리 열차’가 내리막길을 향해 출발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추면서다. 발 빠른 개미(개인투자자)들은 금리 하락기 수혜주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는 우왕좌왕이다. 안전한 예금에 돈을 넣어놓자니 이자가 너무 적고,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택하자니 미·중 무역 갈등, 미국 대선, 경기 둔화(기업 실적 둔화) 우려, 반도체 시장 전망 악화, 내수 부진 등과 같은 대내외 악재로 인해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금리 인하기엔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 걸까.
삼성자산운용은 ‘하반기 금융시장 보고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지난 1995년이나 2019년의 보험성 금리 인하와 비슷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시장에서 경기 침체 지표가 포착되지 않고 있으며, 고금리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하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경기 둔화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완만한 금리 인하가 나타났던 지난 1995년과 2019년에는 어떤 자산의 성과가 좋았을까. 경기가 연착륙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완만한 금리 인하는 자산 시장에 긍정적이었다. 삼성운용에 따르면, 첫 금리 인하 이후 26주 이후 수익률은 미국 주식(10.4%), 신흥국 채권(9.5%), 선진국 증시(8.1%), 미국 장기채(7.9%), 부동산(6.9%) 순으로 좋았다.
만약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1990년이나 2001년, 2007년처럼 금리 인하가 급격하게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엔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의 수익률 차별화가 뚜렷하게 진행됐다. 이 경우 첫 금리 인하 이후 미국 장기채의 26주 이후 수익률이 5.6%로 가장 좋았다. 미국 단기채(4.5%), 글로벌 채권(3.8%), 미국 회사채(3.4%) 등이 뒤를 이었다. 금리가 급격하게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증시는 수익률이 -16%로 매우 부진했고, 미국과 신흥국 증시도 -10%대로 신통치 않았다.
전문가들은 채권 중에서도 만기가 5년 이상인 장기채를 주목하라고 한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 인하 시 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장기채 위주로 투자하되, 금리가 반짝 오를 위험에 대비해 만기가 짧은 우량 회사채를 나눠 담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을 분할 매수 하듯이 채권도 분할 매수해서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등을 통해 채권을 직접 사는 것도 가능하지만, 국내외 상장된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하면 좀 더 쉽게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 강대승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에 대한 방향성을 판단하기보다 미국 금리 인하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지금은 합당하며 이후 방향성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중에선 성장주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보통 성장주는 부채가 많아서 금리가 떨어지면 이자 부담이 줄어 이익이 늘어나고 주가엔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김대준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하드웨어 등 IT는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최근 1년 고점 대비 15% 이상 저평가되어 있다”며 “금리 하락 기대를 반영해 주가가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했다.
IT를 비롯한 방산, 음식료, 유틸리티 등 방어주도 금리인하 수혜 종목으로 평가받는다.
바이오 섹터는 금리 모멘텀이 더해지는 확산의 과정에서 주가가 우상향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거론된다. 금리인하로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되면, 바이오 기업들의 재정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더 많은 자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만치료제, 알츠하이머 등 수요 우위의 영역이 존재하고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조합을 통해 신규 시장 개척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도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의 모멘텀을 키운다.
차선호 수혜주로는 건설과 신재생에너지가 거론된다
다만, 성장주 중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익 비중이 증가하고, 금리 인하를 기반으로 영업이익률과 같은 수익성은 개선되고, 이를 기반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상승할 수 있는 업종이나 기업들이 새로운 주도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금리인하시 미국 주식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상반기 AI가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었지만, 금리인하 확률이 크게 증가한 7월 주식시장에서 확인했듯 향후 그 동력이 변화할 수 있는 탓이다. 특히, 최근 수익성 확보 가능성에 대한 의심, AI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 개시, 실적 성장 기저효과 종료 등 AI 투자 매력도가 연초 대비 하락한 점이 미국 증시의 상승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금리 인상기 때 가격이 많이 하락한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도 금리 인하기에 유망한 투자처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리츠는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부동산 임대료나 매각 차익 등으로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달러 표시 채권과 금, 배당주 펀드, TDF(타깃 데이트 펀드) 등도 괜찮은 투자처로 꼽혔다.
[이투데이/권태성 기자 (tskw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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