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식약처 등 대상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참고인 출석
"現구조론 마약과의 전쟁서 못 이겨…여야가 부처 신설 합의해야"
"마약은 범죄이면서 질병…'다르크' 같은 입소형 치유공동체 필요"
오유경 식약처장 "한국, 더 이상 마약청정국 아냐…대학가 홍보·예방 강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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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은퇴 후 '마약 퇴치운동'에 투신하고 있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마약문제에서) 한국도 미국처럼 될 날이 멀지 않았다"며 마약청 등 '먀악과의 전쟁'을 단일대오로 이끌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남 전 지사는 현재 마약 예방·치유 운동단체인 '은구'(NGU·Never Give Up)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이 문제의 당사자이기도 한 그의 장남은 상습적인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지난해 말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남 전 지사는 "꼭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나왔다"며 "(앞서) 대통령께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여야 의원도 한분도 빠짐없이 지금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마약이 왜 이렇게 창궐하게 됐는가를 보면, 수요도 공급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 둘을 다 잡아야 한다"며 "'전쟁'이란 것은 (문제와 대응체계가) 특별하다는 얘기다. 범부처적으로 힘을 합치지 않으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설립한 '은구'를 비롯해, 여러 단체와 국가기관이 예방교육 및 치료를 통해 마약 수요를 낮추는 한편, 수사기관과 외교부 등이 불철주야 공급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대응체계가 흩어져 있는 현 시스템으로는 이 문제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다는 취지다.
남 전 지사는 "국가기관들은 조직 생리상 자꾸만 (TF 등을) 늘리려 하고 예산을 확보하려는 습성이 있다. 의원들께서 이런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 주시길 바란다"며 "지금 같은 구조로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마약 못 잡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수요와 공급을 몽땅, 한꺼번에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지휘체계가 필요하다. 어떻게 전쟁을 여기서도 저기서도 우후죽순으로 하겠나. 지금이 그런 꼴"이라며 "저는 (마약문제가) 저출생 문제만큼 중요한 어젠다(agenda·의제)라고 생각한다. 여야가 힘을 합해 달라"고 주문했다.
과거 김영삼 정부 당시 여야의 '협치'로 국립중앙박물관 신축이 가능했던 점을 언급하며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마약문제 관련 여야 공동특위 구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10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약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졸피뎀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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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무엇보다 마약청 같은 총괄 부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남 전 지사는 "마약이 들어오는 루트부터 이것이 사용되고, (단속 이후) 치료·재활까지의 모든 문제를 하나의 지휘체계에 넣어 전쟁을 이길 수 있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는 어려운 문제임은 알고 있지만 여야가 합의해 단일안을 만든다면 현 정부에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신설이 어렵다면 후임 정권에서라도 진행되도록 여야가 '공약'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복지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강선우 의원의 요청으로 국감장에 나온 남 전 지사는 '마약 중독자의 아버지'로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물은 강 의원 질의에 "아버지의 손으로 아들을 신고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구속 되고 재판을 받는데, 아들이 최후진술에서 '가족이 (저를) 포기해주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저도 마약을 끊고 나와 아버지와 함께 은구 활동을 하겠다'고 한 얘기를 듣고 그 감동의 힘으로 지금 버티고 있다"고 고백했다.
아들을 곁에서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마약은 한 번 발을 들이면 절대 자의로 끊을 수 없다며 "범죄이면서 질병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치료·재활을 위해 설치한 함께한걸음센터의 전문인력이 수요에 비해 너무 부족하다는 강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면서도, "다만 (주간 운영인) 데이케어센터에서의 치유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남 전 지사는 마약 중독 및 관련범죄 재발 방지 활동은 경기도 소재 '다르크'처럼 입소형 재활시설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다르크와 같은 치유공동체가 필요한데 지금 (전국에)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고 국가에서는 전혀 지원해주고 있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를 호소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0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약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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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마약 관련 식약처의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당 측 간사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변호사로 일하면서, 꼭 (중독)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사람인데, 석방 후 재범이 뻔히 보이는데도 구속으로 끝나버리는 예를 많이 봤다"며 "(치료)병원도 부족하고 (아직은) 형식만 갖추는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장종태 의원도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예산은 대폭 증가(2019년 2억 4천만원→2023년 17억 6800만원)했지만 전국 치료보호기관 32곳 중 상당수는 실적이 '제로(0)'에 가깝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한국이 여전히 마약청정국이라 보는지 물은 민주당 소병훈 의원 질의에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라며 "대학가에 대한 마약 홍보·예방 강화 쪽으로 최근 정책을 많이 강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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