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에서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11월 12일 (탄핵심판) 변론이 예정돼 있는데 헌법재판관 3명이 공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6명이 남게 되면 헌재법에 따라 변론을 열수 없는데, 청구인(국회)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현직 헌법재판관이 국회를 질책까지 했겠는가. 그의 지적대로 헌재가 멈춰서면 현재 진행 중인 이 방통위원장과 손준성 검사장 등의 탄핵소추안 변론이 무한정 연기된다. 탄핵소추와 동시에 해당 공직자는 무기한 직무가 정지된다. 극단적으로 이런 상태에서 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통과되기라도 하면 국정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 지경이 된 데는 170석 민주당의 고집 탓이 크다. 민주당은 이번에 퇴임하는 국회 몫 재판관 3명 가운데 2명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2000년부터 이어진 관례대로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합의로 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소장 등이 선출된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 민주당, 바른미래당 3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특수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란히 1명씩 추천했다. 이런 전례에 비춰보면 민주당이 무조건 2명을 추천하겠다는 것은 억지다.
민주당이 친야 성향인 MBC 경영진 교체를 막기 위해 헌재 마비와 방통위원장 장기공백 사태를 만들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말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유세현장 발언 역시 헌재 공백을 염두에 둔 공세라는 지적도 있다. 다음 달 선거법 위반혐의 1심 선고 등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 하기 위해 고의로 헌재 마비 사태를 유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면 민주당은 즉각 헌법재판관 후임 선정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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