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5 (일)

선거 브로커에 휘둘리는 정치판, 대통령실이 명확히 정리를 [사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선거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 발언들이 정치판을 뒤흔드는 데에는 대통령실의 서투른 대응도 한몫하고 있다. 명씨가 "(날 잡아넣으면) 한 달이면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 등 막말을 쏟아내는데도 대통령실은 엄정 대응과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실이 8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개혁신당 의원)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명씨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처럼 얘기하자, 당사자들이 즉각 '거짓말'이라고 맞서면서 분란만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명씨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과장된 내용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여의도에 정권 창출 주역을 자처하는 분들이 수천, 수만 명 있다"고 했다. 이들은 선거 때 인연을 기회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다 탈이 난다. 그러니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려고 쏟아내는 말들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상대를 공격하는 데 이만한 호재도 없다. "내가 한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입 열면 뒤집힌다"는 등의 명씨 말을 접하면 일반 국민은 '뭐가 있나 보다'라고 여길 수 있다. 야당은 이를 악용해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여당은 혼돈 상태에서 반격에 나선다. 브로커 한 명이 정치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국민 불신을 키운다.

차제에 선거 브로커들에 놀아나는 후진적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실도 정치개혁 차원에서 이번 사태에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지면 뒷북 대응을 하다가 패착을 불렀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건도 해명과 사과에 뜸을 들이다가 야당에 특검 추진 빌미를 줬다. 명씨건 역시 대통령실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시간 지나면 오해도 풀릴 것' 같은 안일한 태도로는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경위를 명확히 설명하고, 뚜렷한 입장을 정리해 국민 앞에 내놓길 바란다. 필요하면 해외 순방에서 귀국한 윤 대통령이 직접 밝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