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시작된 HBM 연구
HBM 시장 점유율 50% 장악
PIM‧CXL 등 차세대 기술에도 집중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5월 2일 이천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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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반도체 시장 2위로 불리던 SK하이닉스가 요즘 반도체 시장에서 1위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한 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며 글로벌 주요 기업으로 떠올랐다. 창립 41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가 그간 어떤 혁신과 노력을 거듭했는지 되돌아봤다.
10일 하이닉스는 뉴스룸을 통해 “기술력으로 일군 40년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1년을 달린 올해, 1등 리더십을 공고히 하며 ‘40+1 르네상스 원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그 배경으로 HBM 등 첨단 공정과 패키징 기술이 집약된 AI 메모리를 꼽았다.
SK하이닉스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AI 산업 성장이 큰 역할을 했다. 2022년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AI 중심으로 재편됐고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이에 따라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고 빠른 학습과 추론을 지원하는 고성능 메모리의 필요성도 크게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맞춰 고성능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했다.
AI 시대에 빠질 수 없는 것이 HBM이다. SK하이닉스는 HBM2E(3세대)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잡고 영향력을 확장했고 AI와 고성능 컴퓨팅(HPC)에 최적화된 HBM3(4세대)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를 반도체 패키징 회사인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AI와 데이터센터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50%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최고 성능의 HBM3E(5세대)를 개발했고, 올해부터 글로벌 탑 정보기술(IT) 기업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이 제품은 초당 1.2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SK하이닉스의 주력 상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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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에 대한 SK하이닉스의 본격적인 노력은 2009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회사는 TSV(D램 칩에 구멍을 뚫어 상하층 칩 구멍을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와 WLP(웨이퍼 상에서 패키징을 마무리해 완제품을 만드는 기술) 기술이 메모리 성능의 한계를 극복해 줄 것으로 판단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1세대 HBM을 출시했다.
당시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HBM이 널리 쓰일 만큼 고성능 컴퓨팅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멈추지 않고 후속 개발에 매진했다. 목표는 ‘최고 성능’이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열 방출과 생산성이 높은 ‘MR-MUF’ 기술을 HBM2E에 적용해 시장 판도를 바꿨다. 이후 얇은 칩 적층, 열 방출, 생산성이 모두 탁월한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개발해 HBM3와 HBM3E에 적용했다.
이 기술로 2023년에는 HBM3 12단(24GB)을, 2024년에는 HBM3E 12단(36GB) 양산까지 성공하며 ‘업계 최고 성능’이란 신기록을 잇달아 달성했다.
올해 SK하이닉스는 4월에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차세대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가 이곳에서 집중 생산될 계획이다.
또한, TSMC와의 기술 협약도 체결했다. 회사는 고객·파운드리·메모리 간 3자 협업 체계를 구축, 메모리 성능의 한계를 넘어서고 AI 시장에서 우위를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메모리 센트릭’을 비전으로 삼고, 40년간 축적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AI 메모리를 개발하는 중이다. 메모리 센트릭이란 메모리 반도체가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올해 창립 41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의 제품 개발 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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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CXL(컴퓨트 익스프레스링크), AI SSD 등으로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PIM은 SK하이닉스가 주목하는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다. 저장과 연산의 경계를 허문 혁신 제품이다. 연산용 프로세서를 집적한 이 메모리는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등 장치별로 다른 인터페이스를 통합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을 쉽게 확장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와 데이터 센터용 초고속·고용량 eSSD를 개발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솔리다임과 합작해 개발한 ‘60TB QLC eSSD’은 셀당 4bit(비트)를 저장하면서 전력 소모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2025년 출시를 목표로 300TB(테라바이트) 용량의 eSSD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기기 내에서 빠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온디바이스 AI’에 대응하기 위해 저전력 D램인 LPDDR5X과 업그레이드 버전인 LPDDR5T, 모듈화한 제품인 LPCAMM2를 지난해 출시했다. LPCAMM2는 AI 데스크톱 및 노트북에서 탁월한 성능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AI PC용 고성능 cSSD인 PCB01, AI용 모바일 낸드 솔루션 ZUFS 4.0 개발도 마쳤다.
SK하이닉스는 기술적 한계를 끊임없이 극복해 나가고 있다. 다변화한 AI 서비스에 발맞춰 각 고객에 최적화된 맞춤형 AI 메모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혁신 소자 기반의 차세대 이머징 메모리도 개발 중이다. 이머징 메모리는 기존 D램이나 낸드와 같은 전통적인 메모리 기술과 비교해 새로운 형태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메모리 기술을 의미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대비 16%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76.8%의 성장을 전망했다. HBM 등 AI 메모리의 폭발적 수요 증가 영향이다.
[이투데이/이수진 기자 (abc123@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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