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난 삼성전자 위기, 영업이익 10조 붕괴
종합반도체회사(IDM)의 저주가 시작된 것일까. ‘반도체 제국’으로 불리던 인텔이 인수합병의 매물로 전락한 데 이어 삼성전자의 위기설이 실체를 드러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인공지능(AI) 관련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수익성이 악화해 올 3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하면서다. ‘초일류 기업 삼성’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이에 인텔의 사례에서 보듯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담당하는 ‘IDM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일각의 주장도 한층 힘을 받을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파운드리(위탁생산) 실적 악화, HBM(고대역폭메모리) 납품 연기, 범용 D램 수요 부족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이 급락했다. 회사의 올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으로, 증권가 예상치였던 10조원을 하회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D램과 파운드리 등 양대 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이 문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019년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1년에는 기존 계획에 38조원을 더해 총 17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대만 TSMC와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2.3%, 삼성전자는 11.5%로, 50.8%p의 격차를 보였다. 파운드리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2021년 2분기 보다13.7%p 더 벌어졌다.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를 함께 영위하던 인텔의 경우 지속되는 적자에 파운드리 사업 분사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에선 향후 삼성전자의 행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7일 외신과 인터뷰에서 파운드리 분사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선 3분기 실적발표 이후 경영적인 판단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미세공정의 핵심 고객이었던 퀄컴을 TSMC에 뺏기면서 격차가 더 벌어진 양상”이라며 “갤럭시 스마트폰의 발열 문제와 같은 기술력 격차와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수율로 인해 퀄컴뿐만 아니라 애플, 엔비디아, AMD 등 대형 팹리스 물량이 다 TSMC로 갔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운드리 분사는 이 회장이 선언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등’ 경영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점에서 경영진의 결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주경제=이효정 기자 hy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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