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0 (목)

뜨거운 인도 IPO 시장, 그 뒤엔 1억 개미군단[딥다이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해 기업공개 건수 세계 1위… 현대차 이달 청약, 사상최대 될듯

높은 실업률에 청년들 주식 열광… 개미들 5개월새 1000만명 폭증

동아일보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현지 노동자들이 차량에 대한 검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역대급 호황기를 맞은 인도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다음 주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이 청약에 나서는 가운데 대어급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유례없는 IPO 열풍의 중심엔 1억 명을 돌파한 인도의 개인투자자가 있다.

● 현대차·LG전자도 인도 증시로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IPO 시장이 침체한 올해, 인도의 성장은 눈부시다. 9월까지 IPO 건수(267건)는 지난해 연간 실적(234건)을 훌쩍 웃돈다. 건수로는 단연 세계 1위이고, 공모 금액 기준으로도 중국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다. 5년 전만 해도 10위권 밖(11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부상이다.

인도 IPO 붐의 절정은 이달 15∼17일 예정인 현대차 인도법인 청약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공모가는 주당 1865∼1960루피(약 3만∼3만1500원)로 책정됐다. 공모 금액은 최대 4조4800억 원. 2022년 인도 생명보험공사(약 3조4000억원) 기록을 깨고 인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 IPO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어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인도 최대 음식배달업체 스위기(Swiggy)가 11월 중 약 12억5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IPO를 준비 중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올해 인도 IPO 성장의 가장 큰 수혜자다. 지분을 보유한 인도 기업 3곳(소프트웨어기업 유니코머스, 유아용품 기업 브레인비, 전기스쿠터 제조사 올라일렉트릭)이 각각 8월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해 이미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내년엔 판이 더 커질 수 있다. 인도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산하에 있는 인도 최대 이동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 인도 최대 유통회사 릴라이언스 리테일이 IPO에 나설 거란 관측이 나온다. LG전자 인도법인 역시 내년 초 IPO를 위해 모건스탠리 등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제퍼리스의 인도 투자은행 부문 책임자인 아시시 자베리는 “인도 자본시장의 진정한 전환점은 2025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 20대의 주식 투자 열풍

IPO 시장이 호황인 건 그만큼 유동성이 넘친단 뜻이다. 인도 증시가 9년째 상승세를 이어 가면서 과거엔 금이나 예금을 선호했던 인도인들이 주식에 눈을 떴다. 제퍼리스에 따르면 올해 증시에 유입된 인도 개인투자자 자금은 월평균 76억 달러(약 10조2000억 원). JP모건 인도 책임자인 카우스트브 쿨카르니는 “시장에 자금이 너무 많이 유입되고 있어 새로운 주식 증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개인 주식투자자는 8월에 1억 명을 돌파했다. 다섯 달 만에 1000만 명이 늘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특히 전체 투자자 중 30세 미만이 40%를 차지하는데, 5년 전의 두 배다.

“신흥국중 가장 고평가” 거품 경고도

뜨거운 인도 IPO 시장


인도는 25세 미만 대학 졸업자 실업률이 42%에 달할 정도로 고학력 청년의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역설적으로 20대가 부를 쌓기 위해 주식에 열광하는 이유가 됐다. 인도 증시가 2016년부터 9년째 상승 중이다 보니,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도 작용했다.

대박을 노리는 단기 투자자의 쏠림은 IPO 시장 과열을 부추긴다. 8월엔 델리에서 작은 오토바이 판매점 두 곳을 운영하는 직원 8명짜리 중소기업 IPO에 7500억 원어치 청약이 몰리면서 투자업계를 놀라게 했다.

● 신흥국 중 가장 고평가

인도 증시는 이제 신흥국 중 가장 고평가된 시장이다. 니프티200 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4배. 한국(7.9배)은 물론이고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20.9배)보다도 높다. 인도 증권사 코탁인스티튜셔널은 “주식이 천문학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며 “정당한 낙관주의와 근거 없는 행복감의 혼합”이라고 거품을 경고한다.

하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금 유입은 계속 이어진다. 9월 인도 증시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외국인 순매수(약 9조 원)를 기록했다. 올해도 6%대 중후반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인도 경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JP모건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인도의 장기적 성장 이론은 변함이 없다”면서 인구학적 배당과 제조업 성장, 산업 친화적 정책을 강점으로 꼽았다.

개인 주식 투자 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미 1억 명이 주식 계좌를 열었지만 아직 중국(2억2000만 명)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50년대까지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늘어날 인도에선 주식 투자 붐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문제는 장밋빛 성장 전망에 균열이 조금씩 보이고 있단 점이다. 상장사 이익 성장 속도가 느려졌고, 주가가 너무 뛴 탓에 ‘매수’ 등급을 받은 주식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중국이란 큰 변수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인도 주식시장은 침체에 빠진 중국 증시의 빈자리를 채우며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로 중국 증시가 되살아나면서 인도 증시는 일주일 동안 3%대 하락을 기록했다.

한애란 기자 haru@do 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