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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자산의 서식지를 이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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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우리나라 가계는 부동산과 예금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부동산과 예금을 보유하려 한다. 필자가 강의 가서 ‘가장 견고하고 안전한 노후 자산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부동산과 예금이라 답한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가 2500만 명에서 5100만 명으로 성장할 때 생긴 생각이다. 과연 앞으로도 유효할까? 중대한 기로에 있다. 경제 환경의 변화를 통해 알아보자.



가계는 부동산과 예금을 보유

우리나라 경제와 운명공동체

국내 집중된 자산을 분산해야

새로운 ‘글로벌 치즈’를 찾아라

중앙일보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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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에 들어간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연 8% 성장하던 것이 90년대 이후엔 5년마다 성장률이 1%포인트씩 떨어져 지금은 2% 성장률이 정상적 모습이 되었다. 이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져 2040년대에는 0%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즉 코로나19, 민간부채 증가, 돈의 부동산 유입이 저성장을 고착화·구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충격은 부작용 없이 말끔하게 사라진 게 아니다. 최근의 자영업자 어려움에서 보듯이 봉합됐던 여파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기업 부채는 900조원이 증가하고 가계신용이 350조원 증가하면서 가계와 기업 부채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돈이 흘러간 곳이 부동산이다. 돈은 많이 빌렸는데 부가가치가 낮은 부동산으로 대거 유입된 셈이다.

저성장의 장기 추세에 이런 충격이 가해지면 저성장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헤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마라톤 후반에 힘이 빠져 겨우 뛰는 선수를 누가 뒤에서 발로 세게 차버리는 격이다. 땅에 엎어지면 다시 기력을 찾기 쉽지 않다. 통상 구조적으로 침체에 들어갈 때는 외부 충격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지금 그런 형국이다. 저성장이라고 하지만 체감적으로는 성장이 멈추었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저성장은 저금리를 동반한다. 이미 미국 금리보다 낮다.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항상적으로 낮아질 텐데 이 경우 통화정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저금리는 예금을 통한 자산 증식이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퇴직연금 장기 수익률이 문제 되는 이유도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와 IRP(개인형 퇴직연금)의 90%가량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은 부동산에도 직격탄을 날린다. 우리나라 저성장은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를 동반하며 나타날 것이다. 성장률이 정체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수 시장은 확대될 수 없는 반면, 수출은 경쟁력만 있다면 해외 시장의 성장 흐름을 탈 수 있다. 부동산은 내수시장과 강하게 관련되어 있다. 앞으로 내수시장은 1인당 GDP가 79달러에서 3만 달러를 넘어서고 인구가 두 배가 되던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진행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만 장기적으로 내수시장과 분리되어 독야청청할 수는 없다. 우리 도시가 뉴욕, 홍콩, 런던이 되지 않는 한.

우리 가계의 자산은 우리나라 경제와 너무나 단단하게 운명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부동산과 예금은 우리 경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를 끊고 분산해야 한다. 가계 자산을 우리나라 경제와 관련성이 크지 않은 곳으로 일정 부분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비즈니스와 직장이 한국에 있고 나의 자산도 한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움직인다면 너무 집중돼 분산이 잘 되어 있지 않은 구성이다. 투자의 정석이 아니다. 글로벌로 분산해야 한다.

일본과 대만은 저성장·저금리 시기에 보다 높은 소득을 찾아 돈이 이동했다. 일본은 리츠(REITs)에 투자하고, 2000년대에 들어가면 해외채권 등으로 돈이 옮겨갔다. 대만은 2010년대에 해외채권펀드가 펀드시장의 주류를 이뤘다. 우리도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나가서 글로벌 기준 최우량 자산을 찾아가야 한다. 유럽의 축구와 미국의 야구는 글로벌 최우수 선수를 영입한 결과를 잘 보여준다. 게임의 수준이 다르다. 우리의 가계 자산도 국내 선수만으로 플레이할 게 아니라 글로벌 최우량 선수를 영입해서 게임을 해야 한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나?』라는 책은 어떻게 행동할지 보여준다. 치즈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자 한 팀은 새로운 치즈를 찾아갔으나 다른 한 팀은 상황의 불공평함에 화를 내고 새롭게 치즈를 찾아 나서자는 제안도 거절한다. 그리고 계속 불평한다.

‘도대체 내 주식은 왜 이리 마이너스인가! 금리는 왜 이리 낮아졌나!’라고 상황의 불공평함에 대해 분노해 봐야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 이런 일은 더 빈번하게 발생할지 모른다. 새로운 치즈를 찾아가면 된다. 더욱이 치즈와 달리 우량 자산은 어디 있는지 뻔히 알고 있고, 찾아가는 게 어렵지도 않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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