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의 세계국채지수 편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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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 최대 선진채권 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World Government Bond Index)에 편입된다. 내년부터 75조원 규모의 해외 투자 자금이 국내에 유입돼 정부 재정 운용과 외환시장 및 금리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8일(현지시각) 글로벌 지수 제공 업체인 영국 FTSE러셀은 ‘24년 10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를 발표하면서 “내년 11월부터 한국을 WGBI에 편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GBI는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 국채를 포함해 ‘선진국 국채클럽’으로 불린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 규모는 2조5000억 달러(3360조원가량)로 추정된다.
WGBI에서 한국 국채의 편입 비중은 2.22%(올해 10월 기준)가 될 전망이다. 한국을 포함한 전체 편입 국가 26개국 중 미국(40.4%)·일본(10.2%)·중국(9.7%)·프랑스(6.7%)·이탈리아(6.0%)·독일(5.2%)·영국(4.8%)·스페인(4.0%)에 이어 9번째 규모다. 기획재정부는 “약 560억 달러 규모(75조3000억원가량)의 국채자금이 단계적으로 유입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연간 국고채 순발행 규모(내년 83조7000억원)와 맞먹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번 편입 결정에 따라 한국 국채에 대한 투자 신뢰도가 높아지고 한국 금융시장이 안정화 될 것으로 분석한다. 우선 WGBI 추종자금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국채시장 수급과 금리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500억~600억달러의 국채자금이 유입될 경우 0.2~0.6%포인트 정도의 금리인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리 인하 효과가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전반에 걸쳐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에 한국 국채는 국제 채권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으면서 높은 수준의 금리가 형성돼 있었다. 편입 이후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금리 인하로 연간 최대 1조1000억원의 이자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재부는 “국채 수요 기반이 확충되면서 안정적인 중장기 재정 운용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 국채 금리에 기반해 움직이는 회사채 금리가 낮아져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도 감소할 전망이다. 회사채 시장의 숨통이 더욱 트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이는 대출 금리에 인하 압력으로 작용해 가계의 이자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 시장 측면에선 국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 WGBI를 추종하는 해외 자산운용사·연기금 등의 국내 금융시장 투자가 늘면서 투자자 저변도 확대할 수 있다. WGBI 추종 자금은 단기적인 금리 수익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장기 투자 자금으로서 유출입 변동성이 작고 예측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안정적 자금조달처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지수 편입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요 벤치마크 지수에 신규 편입된 주요 해외 사례에서 경제적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우리나라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재정건전성,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신뢰가 확인된 것으로, 지수 편입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고질적인 채권·외환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됐다”며 “우리 국채 시장이 명실상부하게 제값 받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정부가 그동안 국가신인도를 계속 높여온 것, 특히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해온 것이 지수 편입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
한편 이날 FTSE러셀은 한국 증시를 두고 2009년부터 부여한 ‘선진시장’ 지위를 유지하기도 했다. 당초 ‘선진신흥시장’으로 강등되기 위한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현실화하지 않은 것이다.
관찰대상국 지정 우려가 나온 건 한국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규정하며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한국 정부가 “내년 3월 공매도 전체 재개하는 게 목표”(김병환 금융위원장)라며 공매도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는 FTSE러셀이 이번에 관찰대상국 지정을 하지 않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한국 증시는 앞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MSCI는 지난 6월 “연례 시장 분류 결과 신흥국에 속한 한국의 변경 사항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MSCI는 “공매도 금지 조치로 시장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 규칙의 갑작스러운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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