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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中, 무료제공 파상 공세···국내 1위 업체는 적자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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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위기 몰린 K진단기기]

中 2위 업체도 매출 1조 달하는데

韓 1위 에스디바이오 6557억 그쳐

국내 기업, 해외시장서 활로 모색

실증사업 지원·규제완화 등 필요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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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의 강력한 공세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진 국산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은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후발 주자로 인식되고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해외시장에서도 자리를 잡는 게 쉽지는 않다. 실적이나 레퍼런스가 부족할 경우 해외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기도 어렵다. 국산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이 성장하려면 정부의 실증 사업 지원과 규제 해소 등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은 해외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씨젠(096530)은 해외에서 매출의 92%가 나온다. 씨젠 관계자는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되기 때문에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설립 초기부터 해외 공급망 구축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도 해외에서 매출의 85%가 발생하고 있다.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면서 현지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바디텍메드(206640)는 전 세계 14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데 연 매출의 93%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중동·유럽·인도가 주요 수출국으로 지난해 매출 1350억 원 가운데 유럽에서 300억 원의 매출이 나왔다. 올해는 인도 현지 공장 완공으로 서남아시아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다만 해외시장 공략도 녹록지 않다. 미국·유럽에서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가격 공세를 펼치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진단기기를 무료로 제공한 뒤 진단시약을 판매하는 전략까지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해외시장 개척에서 가장 중요한 공급망 구축과 영업·마케팅, 사후서비스(AS)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세계 1위 체외진단 업체인 로슈의 지난해 매출은 84조 원, 시가총액은 347조 원에 달한다. 애보트도 매출 52조 원, 시가총액 274조 원 수준이다.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중국 민드레이는 같은 기간 매출 6조 원, 시가총액 65조 원에 달했다. 중국 2위 업체인 완타이도 매출 1조 원, 시가총액 19조 원 규모다. 반면 국내 1위 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지난해 매출은 6557억 원에 불과하다. 2년 전 1조 원대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481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최의열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장은 “중국 체외진단 기업들은 주로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어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내수 시장에서 매출을 올린 뒤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가격 경쟁력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며 “반면 한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영세하고 정부 관심에서도 벗어나 있다”고 밝혔다. 손미진 수젠텍(253840) 대표는 “진단기기는 많은 사용량과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 제품이 가격에서 중국보다 불리해도 신뢰도 면에서는 선호됐는데 과거와 같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체외진단 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등의 전략이다. 최 대표는 “중국이 하지 않은 제품 개발, 진출하지 않은 시장에 먼저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도·유럽·미국 등 중국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며 “제품 복제와 자가발전을 잘하지만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지 못하는 중국에 대응해 독일 바이오마커 개발 업체와도 손잡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에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내 체외진단 업체들은 글로벌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한국의 보건 산업 수출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정책적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민전 웰스바이오 대표는 “코로나19 당시 정부 요청으로 진단기기 생산 물량을 늘렸는데 엔데믹 이후 해당 물량은 모두 업체들이 떠안게 됐다”며 “모든 제품을 다 지원하기는 힘들지만 선진국처럼 다음 감염병을 대비해 정부 차원에서 진단기기들을 정기적으로 비축한 후 의료기관에 기부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단 업계는 국내에서 자국 제품이 사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 대표는 “투자나 규제 완화 등도 중요하지만 수출을 위해서는 자국에서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역시 중요한 지표”라며 “정부 주도 실증 사업 등이 많아지면 국내 시장 사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sedaily.com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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