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존 배, 갤러리현대서 개인전
“음표 하나로 시작, 대화하듯 이어져”
존 배의 신작 ‘하늘과 대지(Heaven and Earth)’. 갤러리현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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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가르며 부드럽게 흐르는 선을 갖고 있지만 그 재료는 철이다. 단단한 철을 용접해 음악을 연주하듯 감각적인 작품을 만들어 온 조각가 존 배의 개인전 ‘운명의 조우’가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존 배의 70여 년 예술적 여정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1960년대 초반 제작한 강철 조각부터 철사 조각, 드로잉, 회화까지 40여 점이 소개된다.
전시장 1층에 가면 ‘인볼루션’(Involution·1974년)이나 ‘스피어 위드 투 페이시스’(Sphere with Two Faces·1976년)처럼 어디가 안이고 밖인지 모호한 뫼비우스의 띠 같은 작품이 눈길을 끈다. 또 벽면에 있는 ‘언타이틀드, 1970, 엔타이틀드, 2021’(Untitled, 1970, Entitled, 2021·1970년)은 캔버스가 아닌 허공에 드로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나온 작품으로, 사각형 틀 속에 이어진 직선과 곡선들이 마치 연필로 자유롭게 그린 것처럼 느껴진다.
10여 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 개막을 맞아 한국을 찾은 작가는 “내 작품은 하나의 음표에서 시작한다”며 “그 음에서 다음은 어떤 음이 올지, 또 다음은 무엇이 이어질지 각각의 점과 선들이 대화하듯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2층에서 볼 수 있는 신작 ‘하늘과 대지’(2024년)도 이런 과정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떨어진 작은 조각들을 붙여보고 있던 건데, 주변에서 어떻게든 작업을 이어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최근에 완성했다”며 “완성된 모양이 대지와 하늘을 연결해주는 것 같아 이런 제목을 붙였다”고 말했다.
이 밖에 동료가 극도의 압박감과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켜보다가, 짧은 철사를 밀도 있게 용접해 힘찬 곡선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 작품 ‘라이즌, 폴른, 워큰’(Risen, Fallen, Walken·1987년),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탐구한 ‘홈프런트’(Homefront·1990년) 등의 작품도 지하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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