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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오늘의시선] 포성 커지는 가자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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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한판 붙자’는 이스라엘의 폭주

美 대선 따라 달라질 참혹한 복수의 시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1년을 맞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숫자로 표현한다. 이스라엘 사망자 1205명, 팔레스타인 사망자 4만1870명, 이스라엘 시민 인질 251명, 국제구호단체 직원 사망자 304명,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한 900kg 이상 폭탄 수 1만개 이상, 가자지역 건물 66% 파괴, 36개 병원 중 31개 파괴. 현란하고 비정하다. 전쟁의 참화에는 모두 패자다.

이스라엘 감옥에서 22년 생활하다 2011년 이스라엘 군인 1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027명을 맞교환할 때 풀려난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는 6000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모두 풀어내기 위해 인질을 최대한 많이 잡아갔다.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100명 남짓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자 지역 땅굴 어딘가에 잡혀 있다. 생사확인마저 어렵다. 휴전이 이뤄지면 풀려날 텐데,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이 성사될 만하면 다시 새로운 조건을 내걸어 전쟁을 멈출 마음이 없음을 드러낸다.

세계일보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국가 조직도 아닌, 한낱 무장조직에 일격을 당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심정은 참혹하다. 비국가조직에 크게 당했다는 수치감과 분노는 이해할 만하다. 그래서 무참한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복수의 폭격을 벌였고, 현재 가자지역은 사람이 살기 어려운 땅이 되었다.

네타냐후 정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식한다.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친미 친이스라엘 세속왕정에서 반미 반이스라엘 이슬람공화정으로 옷을 갈아입은 이란은 가자지역의 하마스,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이슬람지하드,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시리아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이라크의 친이란 이슬람저항군, 예멘의 친이란 시이파 후시반군 등 이스라엘에 타격을 줄 만한 세력은 종파를 가리지 않고 후원하며 반이스라엘 저항의 축을 구축하였다.

가자지역을 어느 정도 평정하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다음 목표로 삼았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쪽으로 로켓을 계속 발사하여 국경 5㎞ 내 이스라엘 주민 6만명이 1년째 피란생활 중이다. 이들의 귀향을 위해 헤즈볼라에 북쪽 리타니강으로 철수하고 이스라엘과 국경 지대를 비군사지역으로 만들라고 요구하지만, 헤즈볼라는 비현실적 제안이라고 일축하였다. 이에 헤즈볼라를 북쪽으로 밀어 올리는 작전을 시작하였다.

이스라엘은 지난 7월 이란의 새로운 대통령 취임식에 경축인사로 참여한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안가에서 암살한 데 이어, 9월에는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이란 혁명수비대 레바논 사령관 닐포루샨과 함께 제거하였다. 또 예멘 후티 반군에도 공습을 퍼부었다.

이스라엘의 이란 영향력 제거작전은 거침없다. 네타냐후가 이란에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링 아래서 저항의 축 대리세력을 후원하지 말고 링 위로 올라와 한판 싸우자는 말이다. 이란은 네타냐후의 수를 잘 알기에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도발에 눈을 질끈 감고 참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스마일 하니야에 이어 하산 나스랄라, 닐포루샨의 연이은 암살은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그래서 10월1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181발을 발사하며 강력히 경고하되, 보복은 하지만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확전을 피하는 이유는 미국이 이스라엘 편에서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그림이 바로 이란과 미국의 싸움이다.

이제 다시 이스라엘의 보복 시각이 다가온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보복하면 더 강력히 맞받아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더욱이 러시아는 이란을 위해 신형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S-400과 수호이 35 전투기를 급히 제공하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갈수록 커지면서 휴전보다는 확전이나 전면전이라는 말이 더 크게 들리는 현실이다. 하마스와 전쟁 초기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이 1년 갈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비현실적으로 들렸던 1년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미 대선이 빨리 끝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까? 전쟁도 정략이라는 사실을 참혹한 파괴의 현장을 보며 깨닫는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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